억대 도박 빚에 동료 꽃게대금도 탕진…해경 “피살된 공무원은 자진 월북”

2020.10.22 14:59 입력 2020.10.22 15:25 수정

실종된 해수부 공무원 이동 동선.|해양경찰청 제공

실종된 해수부 공무원 이동 동선.|해양경찰청 제공

해경은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거듭 밝혔다.

특히 피살된 공무원은 억대가 넘는 도박 빚에 동료와 지인 등 30여명에게 “꽃게를 사주겠다”며 받은 돈까지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경찰청은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A씨(47)는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이 아닌,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자진 월북한 것 같다”고 22일 밝혔다.

해경은 A씨는 실종 전날인 지난 9월20일 오후 11시40분부터 야간 당직을 서면서 서무실에 있는 컴퓨터에 접속해 파일을 삭제한 후 다음날 오전 2시쯤 선박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해경은 그동안 A씨에 대한 계좌분석과 3대의 휴대폰 감식, 주변인 진술 등을 종합하면, A씨는 도박 등 각종 채무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실종 전날까지 도박계좌로 591회 송금했으며, 급여와 금융기관은 물론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려 인터넷 도박을 했다.

해경은 A씨는 인터넷 도박 자금으로 1억2300만원을 사용했으며, 채무는 3억3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A씨는 동료와 지인 등 34명에게 꽃게를 사주겠다며 730만원을 받아 곧바로 도박 계좌로 송금하는 등 당직 근무 직전인 지난달 20일 오후 10시28분까지 도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된 해수부 공무원이 탔던 무궁화 10호.|해양경찰청 제공

실종된 해수부 공무원이 탔던 무궁화 10호.|해양경찰청 제공

A씨는 북한에서 발견될 당시 붉은색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이 구명조끼는 A씨의 침실에 있던 구명조끼 3개 중 한 개로 추정된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해경은 A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가로·세로 150㎝ 크기의 부유물을 탄 것 같다고 밝혔다.

해경은 A씨 실종 당일 무궁화 10호는 닻을 내리고 정박한 상태였고, 선박 양측에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줄사다리도 있어 A씨가 북측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착용한 정황 등을 감안하면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 관계자는 “A씨는 도박 빚에 동료들로부터 받은 꽃게 대금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한데다, 북측에 자신의 인적사항 등을 밝히고 월북의사를 표명한 정황을 감안하며 현실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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