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강제 집콕’ 고립되는 백신 미접종자

2021.12.17 20:14
손구민 기자

거리 두기 강화로 ‘혼밥’만 가능

질환 등 이유로 미접종도 많은데

사회 시선 등 불편 감수해야 해

국민청원 ‘패스 반대’ 37만 동의

‘반강제 집콕’ 고립되는 백신 미접종자

서울 종로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고모씨(31)는 18일 친구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결혼식 당일부터 정부의 고강도 거리 두기 대책이 시행되는데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식에는 미접종자 최대 49명에 접종완료자 201명을 더해 250명까지 하객을 부를 수 있어, 고씨의 참석이 원천봉쇄되지는 않는다. 두 달 전부터 축가를 연습했다는 고씨는 “친구가 꼭 불러야 하는 하객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묻고 있는데 전부 파악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면서 “예식 준비로 바쁜데 신랑·신부를 더 귀찮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가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지난 16일 발표한 물리적 거리 두기 강화 대책으로 백신 미접종자들은 외부활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됐다. 미접종자들은 이달 1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2주 동안 식당·카페에서 사적모임을 가질 수 없다. 미접종자에게는 사실상 ‘혼밥’만 허용한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있어 접종을 못한 이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미접종자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면 예외가 인정된다. 하지만 사적모임을 갖기 전 48시간 내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아 매번 검사를 받을 때에만 가능한 이야기다. 고씨는 “식당에서 PCR 검사 증명서를 내면 주변 사람들에게 미접종자라는 게 알려질 수밖에 없다”면서 “사정이 있어 접종을 안 한 건데 ‘왜 아직 접종 안 했냐, 지병 있냐’고 매번 질문받는 것도 불편하다. 마음 편하게 그냥 앞으로 2주는 혼밥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회사를 다니는 지모씨(25)는 체질상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백신 접종을 못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백신을 맞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다 보니 사회생활 전반에 눈치를 보게 되고 소외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지씨는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정부의 방침 때문에 연말 계획이 다 무산됐다”면서 “나만 빼고 회사 동료들이 송년모임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이 아닌 합성항원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노바백스’의 국내 도입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씨는 “정부가 나 같은 미접종자에게 제약만 주고 안전을 담보해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유로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들의 집단적인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다시 한번 결사 반대합니다’라는 글에는 17일 기준 37만명 이상 동의했다. 지난 10일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는 “청소년을 상대로 한 방역패스 도입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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