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게이(남성 동성애자) 중 여성 역할을 하는 사람이 동거남에게 항문성교를 허용함으로써 항문이 파열되어 대변을 자주 흘리기 때문에 기저귀를 차고 살면서도 스스로 좋아서 그렇게 사는 경우에 과연 그 게이는 인권 침해를 당하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며 인권위원회가 그것을 인식시켜줘야 하는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이 인권위의 군 두발규제 관련 교육 안건 결정문 초안 소수의견에 성소수자 혐오성 글을 썼다가 최종 결정문에서 지우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충상 위원은 지난 4월13일 상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의 건’ 7개 권고안 중 한 권고안에 반대하며 결정문 초안에 이같은 글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이 반대한 권고안은 ‘각 군 훈련소 훈련병에게 두발기준 등과 관련해 기간병과 훈련병 간 또는 각 군과 분대별 훈련병 간 차등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법령 및 제도를 정비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몇몇 인권위원들이 지난 19일 상임위에서 이 위원에게 “인권침해이자 차별적 표현”이라며 “소수의견을 재고해달라”고 했고, 이 위원은 해당 소수의견을 결정문에서 삭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의 소수의견을 두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인 박한희 변호사는 “이 위원은 어떤 인권 문제에 대해 논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해병대 훈련병 두발규제와 성소수자 얘기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성소수자가 항문 성교를 하고 기저귀 차고 다닌다’는 말은 성소수자 혐오단체가 퍼트리는 불확실한 주장이며, 성소수자에게 모욕을 주는 발언”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인권위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인권 안건을 판단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혐오표현을 한다는 것은 그가 인권위원으로서 자질이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앞서 이 위원은 고의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전염시키면 처벌하는 에이즈예방법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인권위가 헌법재판소에 내기로 결정하자 지난 2월 헌재에 자체 설문조사 결과와 자신이 작성한 논문을 제출하면서 인권위 결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 위원이 헌재에 제출한 <HIV전파매개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위헌인가?> 논문에는 “감염인이 공중보건체계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는 HIV 감염의 거의가 콘돔을 쓰지 않고 불건전한 성행위를 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라서 감염인이 스스로 창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고, 이 사건 조항들 때문인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의원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내고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퇴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인 지난해 10월 여당 몫 상임위원으로 선출됐다. 경향신문은 이 위원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