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써야 하는데…” 신분 인증 막힌 시민들 기막혔다

2023.11.17 21:34 입력 2023.11.17 22:33 수정

정부 행정 ‘먹통’ 현장

“오늘 대출서류에 필요한데”
“복구 시점도 알 수 없다니
이렇게 무책임하게 일하나”

주말 앞두고 급한 시민들
관청서 무작정 기다리기도
공무원도 “공지 없어 난감”

<b>작동 중단된 민원발급기</b> 정부 전산망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17일 한 시민이 작동되지 않는 민원발급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작동 중단된 민원발급기 정부 전산망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17일 한 시민이 작동되지 않는 민원발급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온라인 민원 사이트인 ‘정부24’ 서비스가 17일 중단되자 출생·사망신고, 전입신고, 비대면 신분인증 등 행정 처리 수단이 막힌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서울 양천구 목4동 주민센터 민원창구에는 이날 ‘서버 다운으로 현재 서류 발급 불가. 전국 다 안 돼요!!’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주민등록등본 등을 뽑을 수 있는 무인민원 발급창구도 작동하지 않았다.

영등포구 양평1동 주민센터에서는 인감증명서를 떼러 온 김모씨(52)가 “왜 안 돼요? 언제 되는지 알 수 있나요?”라고 묻자 주민센터 직원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월요일은 돼야 할 텐데. 또 와야죠. 어쩔 수 없죠.” 장애인 복지카드 연장을 신청하러 온 A씨는 “통장 사본, 차량등록증 등 연장에 필요한 서류를 며칠 전부터 준비해 챙겨왔지만 전산마비로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3시쯤 종로구 종로1, 2, 3, 4가동 주민센터에 찾아가자 “오늘까지 대출서류를 받지 못하면 어렵다. 신분증을 촬영해서 건네야 한다” “머리 아프다. 계약 때문에 인감증명서가 꼭 필요하다” 등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이모씨(54)는 “방금 등기부등본 보려고 사이트 들어가 봤는데 안 됐다”며 “거기서 대출관계 보고 손님들께 소유주 확인도 해드려야 하는데 그걸 못해 불편하다”고 했다.

관악구 신림동 주민센터에서도 아파트 명의변경을 하러 온 시민 B씨(58)가 번호표를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B씨는 주민센터 직원에게 “복구 안 됐어요?”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따지기도 했다.

광주광역시 동구 한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직장인 C씨(38)는 “(회사에) 반차를 내고 간신히 왔는데 서류 발급도 안 된다고 하고 복구 시점도 알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하게들 일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지방세 완납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충북 청주시 탑·대성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D씨(63)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지방세 완납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해서 온 것”이라며 “센터에 전화했을 때는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1시간 가까이 기다렸지만 더 기다릴 수 없어 돌아간다”고 말했다.

정부가 명확한 복구 시점을 밝히지 않다 보니 무작정 대기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인감증명서를 떼기 위해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E씨(46)는 “임대차계약을 하려면 인감증명서 등 꼭 필요한 서류들이 있다. 내일은 주말이고 다음주에는 출근을 해야 해서 시간이 나지 않는다”며 “(시스템이) 언제 복구될지 모르지만 문 닫을 때까지는 기다리고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에서도 계좌 개설 등 신분증(주민등록증·여권·운전면허증) 진위 확인이 필요한 업무가 중단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단 행정 전산망이 복구돼야 해당 업무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KB국민·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에선 신분증으로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면 계좌 개설 등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일선에서 민원인을 직접 응대하는 공무원들도 이날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26년째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근무 중인 F씨(48)는 “행정안전부에서 각 지자체에 빨리 공지를 해줘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별다른 공지가 없었다”며 “주민등록 전산망 이상으로 수급자를 관리하는 복지망도 먹통”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G씨(51)는 “전산망 장애 시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안 된 것”이라며 “하루 종일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으면서 행안부는 왜 죄송하다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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