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 아픈데 오른발 절단수술···TV출연 유명 의사가 집도”

2023.12.16 10:18 입력 2023.12.16 10:31 수정

병원 직원이 엉뚱한 발 수술 준비해놔

의사도 수술하며 바로 문제 알지 못해

복숭아뼈 자르고 긴 철심 3개나 박아

서울의 유명 정형외과 병원에서 왼발이 아파 수술을 했으나 멀쩡한 오른발 뼈를 절단하고 철심을 박아 불구로 만드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29살 직장인 A씨는 지난 3월 10일 왼쪽 발목이 안쪽으로 접혀 바닥을 제대로 디딜 수 없자 서울의 B 병원에서 수술받았다. 그러나 A씨는 2시간여의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깨어나 보니 멀쩡하던 오른 발목뼈가 잘리고 철심 3개가 박혀있었다고 했다. 그는 즉시 경찰에 신고해 의료과실의 증거를 확보한 후 다시 왼발 수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 후 양쪽 다리를 모두 쓸 수 없게 돼 무려 5개월여일 동안 입원했다. 이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 4개월째 재활치료를 하고 있으며 최근 걸을 수는 있지만 발목이 구부러지지 않아 오르막이나 내리막길을 걷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B병원은 명문대 출신 의사들 중심으로 구성됐고 규모도 큰 정형외과 전문이었다. A씨 집도의는 TV에도 출연한 박사 출신의 유명 의사였다.

집도의는 “A씨 수술 당일 함께 수술에 참여한 직원이 A씨의 왼발이 아닌 오른발에 수술 준비를 해놓아 그대로 진행하게 됐다”며 “A씨의 오른 발목도 외관상 화상이 있고 온전하지 않아 수술 부위가 잘못됐음을 바로 알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A씨는 7살 때 공터에 피워둔 모닥불이 몸에 옮겨붙으며 큰 화상을 입어 왼발을 제대로 못쓰게 됐고 과거에도 4차례 수술을 받았다. 오른발은 화상을 입기는 했지만 걷고 뛰는 데는 문제가 없어 축구, 등산 등도 즐겼다고 한다.

B 병원은 그동안 A씨의 병원비를 받지 않았고 그의 재활치료를 돕기 위해 병원 근처에 월세방도 얻어주었다. 그러나 A씨의 오른발은 복숭아뼈를 잘라 여러 뼈를 철심으로 연결해 발목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해 놓았지만 현재 뼈들이 다 굳어져 과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A씨는 “수술을 위해 왼발의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을 찍는 등 모든 검사를 왼발 중심으로 했는데 멀쩡한 오른발을 수술했다. 오른발은 화상을 입었지만, 축구와 달리기도 했다”면서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 오른발이 왼발을 대신해 힘이 돼주어 의지하고 일도 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못 하게 돼 절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B 병원은 “원래 수술하려고 했던 왼쪽 발목은 (오른발 수술 후) 곧바로 수술해 성공적으로 잘 마쳤다. 수술 전 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았지만, 교정 후 원활히 회복될 것으로 생각된다. 오른 발목은 구부리는 각도의 제한은 일부 있겠지만 앞으로 나사 제거 수술과 재활을 통해 경과를 더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사고의) 경우를 대비해 가입해 둔 한국의료배상공제조합에 보상을 신청해 심사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추가 보상도 피해자와 조율해 최대한 원만하게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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