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과반 서울시의회, ‘학생인권’ ‘공공돌봄’ 포기하나

2024.04.26 16:08 입력 2024.04.28 10:11 수정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상정된 26일 시의회 주변이 각종 기자회견으로 어수선하다. 이준헌 기자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상정된 26일 시의회 주변이 각종 기자회견으로 어수선하다. 이준헌 기자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공공 돌봄을 제공하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시의회가 그간 서울시가 지켜온 인권과 돌봄, 노동의 가치를 무력화하는 의정을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26일 오후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재석 60명 중 찬성 60명, 반대 0명, 기권 0명으로 가결했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국민의힘 의원들로만 구성된 시의회 인권·권익향상 특별위원회는 폐지안을 통과시키고 본회의에 회부했다. 이 폐지안은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달라”는 주민 조례 청구를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받아들여 지난해 3월 발의됐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2년 학생의 인권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해 존엄과 가치, 자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침해 문제가 대두되면서 폐지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 24일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전국 7개 시·도 가운데 충남이 처음으로 폐지안을 통과시켰고, 이날 서울이 두번째로 조례를 폐지하게 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본 회의 전 입장문을 내고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최소한의 인권도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특위는 갑작스럽게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돼야 학생과 교사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와 함께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될 예정이니 학생인권조례는 필요 없다는 논리로 일방적, 변칙적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날 시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강석주 시의원 등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도 재석 84명 중 찬성 59명, 반대 24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이로써 서사원에 대한 서울시 지원은 오는 11월로 종료된다.

서사원은 2019년 3월 설립된 공공돌봄 서비스 제공 기관이다. 요양보호사들을 월급제로 채용하는 등 노동자 고용 안전성을 높이고 민간에서 다루기 어려운 중증 환자들에 대한 공공돌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국민의힘이 과반(112석 중 76석)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는 지난 2022년 서울교통방송(TBS)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을 중단하는 결정을 하는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조례안을 다수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시의회의 독주를 지켜만 보고 있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시의원들에게 TBS의 지원을 연장해달라는 편지를 전달했으나, 학생인권조례와 서사원 폐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시의회에서 조례 폐지안은 통과됐지만,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학생인권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지 저지와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사원 폐지 저지 공대위는 “공공돌봄 보장을 강화하는 의정활동이 아닌 공공돌봄을 후퇴시키는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폭거를 우리는 잊지 않고 심판에 나설 것”이라며 “조례폐지안 발의자, 찬성자뿐만 아니라 본회의에서 조례 폐지에 찬성하는 이들 모두 서울시 공공돌봄 훼손의 공범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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