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기레기” 댓글 썼다 모욕죄 기소, 대법은 “무죄”···왜?

2024.05.24 10:16 입력 2024.05.24 15:44 수정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기레기’(기자와 쓰레기 단어를 합친 비속어)라는 비하 표현의 댓글을 썼다고 해도 모욕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전후 사정을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지난달 25일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8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전남 순천의 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 B씨를 언급하며 “순천에서 거물급 기레기라고 할 수 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가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의 언론사가 운영하는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 조작 가담 의혹, B씨의 선거 관련 보도 행태 등을 비판하는 글을 여러 차례 작성해 올렸다.

B씨는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A씨가 제기한 의혹이 허구라는 점을 밝힌 사설을 공유했다. A씨는 이를 비판했고, 같은 취지의 SNS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 동조하는 댓글이 달리자 A씨는 ‘거물급 기레기’라는 표현을 넣은 댓글을 달았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기레기라는 표현에 대해 “직업인으로서의 언론인에 대한 외부적 평가와 명예를 저하하는 경멸적 표현으로서 형법이 규정한 ‘모욕’에 해당하고, 이를 단지 저속하거나 무례한 표현에 불과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2심도 “단순히 B씨가 A씨를 고소했다는 사실을 두고 이를 조롱하기 위해 기레기라는 모욕적 표현을 작성해 게시한 것”이라며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죄가 되지 않는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표현이 언론인인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적·사회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과 댓글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며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의견은 대체로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 일부 단정적인 어법 사용이나 수사적 과장에 따른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터무니없다거나 허황된 것은 아니다”라며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기레기’라는 표현이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면서도 전후 사정을 따져봤을 때 A씨의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기자를 비하하는 기레기 표현이 형법상 금지되는 모욕적 표현이라는 판례를 2021년부터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객관적으로 타당한 사실을 전제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모욕적 표현이 부분적으로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행위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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