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적용 17건 중 2건…‘이주노동자 사망’ 갈수록 는다

2024.06.30 20:44 입력 2024.06.30 20:45 수정

형사사건 1심 판결문 전수분석

<b>화성 화재 유족들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촉구</b> 사상자 31명이 발생한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생산업체 아리셀 화재 참사 7일째인 30일 화성시청에 설치된 추모 분향소 앞에서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화성 화재 유족들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촉구 사상자 31명이 발생한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생산업체 아리셀 화재 참사 7일째인 30일 화성시청에 설치된 추모 분향소 앞에서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79%가 ‘50인 미만 사업장’ 근무
올 초 법 적용 확대로 급증 전망

30일 경향신문이 중대재해법 시행(2022년 1월27일) 이후 첫 선고가 나온 지난해 4월6일부터 올해 6월28일까지 중대재해법이 적용돼 기소된 형사사건 1심 판결문 17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이 중 2건(11.76%)이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으로 확인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임금노동자(2841만6000명) 가운데 외국인노동자(92만3000명)는 3.24%에 불과했으나 중대재해 사건에선 이보다 비중이 높았던 셈이다.

지난 24일 경기 화성 리튬전지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23명 중 18명도 이주노동자였다. 이들은 대피로 등과 관련한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탓에 화재 발생 당시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통계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대재해법이 올해 초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면서다. 위험한 안전사고가 빈번한 50인 미만의 중소업체 이주노동자들의 사고가 통계로 잡힐 경우 이른바 ‘위험의 이주화’ 현상은 고스란히 통계수치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이주노동자 92만3000명 중 78.98%(72만9000명)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중 5인 미만 사업장에선 전체 이주노동자의 21.88%(20만2000명)가 일하고 있다.

이번 화재 사고 현장인 아리셀 공장도 ‘상시근로자’ 48명이 근무하던 곳이라 중대재해법을 적용받는다. 노동부는 아리셀 측 2명, 불법파견 의혹을 받는 인력공급업체 메이셀 측 1명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년간(2023년 6월26일~2024년 6월26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치상 등 혐의로 기소돼 1심 선고가 나온 161건도 분석했다. 이 중 9건(5.59%)에서 이주노동자 총 10명이 일하다 숨졌다. 한 달에 1명꼴로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셈이다.

“위험 외주화 계속…중대재해 처벌 너무 약해”

이들의 국적은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동티모르·태국·필리핀), 중앙아시아(튀르키예·몽골·우즈베키스탄), 동아시아(중국), 남아시아(네팔) 등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는 30대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3명, 50대 2명, 20대 1명 등이었다. 노동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에서 60대 이상이 38.96%(233명), 50대 18.06%(108명) 등인 것과 비교하면 이주노동자 사망은 주로 젊은층에 분포돼 있었다.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건 이주노동자도 마찬가지였다. 제조업에서 4명이 기계 등에 끼여 숨졌고, 건설업에서 2명이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대부분 원청회사의 대표이사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주노동자들을 돕고 있는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대표는 “재판이 진행 중이고 신고를 하지 못한 사례까지 확대하면 이주노동자들의 사망 재해율은 더 높을 것”이라며 “위험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 이주노동자들을 몰아넣는 ‘위험의 외주화, 고통의 이주화’는 계속되는데 처벌은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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