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은 경제가 아니라 교육

2015.05.03 20:48 입력 2015.05.03 21:00 수정
박인하 |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만화평론가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가 “학교 영양사 선생님이 좀 무뚝뚝해”라고 말을 꺼냈다. 전임 영양사 선생님은 아이들과 친해서 “돈가스 지겨워요!”라고 아이들이 말하면, “그럼 함박스테이크 더 자주 줄게”라고 대답하고 했다는데, 이번 영양사 선생님은 아직 아이들과 살갑게 친해지질 않았다는 말이다. 중·고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모두 급식을 먹는다. 그래서 집에 오면 오늘 먹을 만한 급식이 나왔다, 아니다를 곧잘 이야기한다. 이야기하다 보면 두 아이 모두 한 학년에 한 반만 있었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린다. 선생님과 학생 모두가 서로를 아는 작은 학교에서, 급식은 마치 집밥 같았다. 제철 재료를 사서 최대한 좋은 음식을 먹이려 했다. 학교급식은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하다가 큰 학교에 들어가니 상황이 달라졌다.

[별별시선]급식은 경제가 아니라 교육

학생에게 제공하는 급식비용을 세금으로 보전할 것인가, 아니면 소득수준에 따라 별도의 비용을 징수할 것인가의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무상급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급식정책의 초점이 ‘돈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급식정책, 그러니까 학교에서 먹는 밥의 가장 큰 고민이 ‘돈 문제’여야만 할까? 오히려 더 중요한 건 우리 아이들에게 ‘맛있는 밥을 먹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맛있는 밥을 먹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를 교육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급식은 경제가 아니라 교육이다.

일본은 2005년 의원입법으로 ‘식육(食育)법’을 제정했다. 식육(食育)이란 새로운 개념인데, 교육(敎育)의 한자가 가르칠 교(敎)에 기를 육(育)인데, 이를 먹을, 밥 식(食)으로 바꿨다. 음식교육을 보다 적극적인 의미로 개념화한 것으로 먹는 것, 운동하는 것, 친환경농산품 학교급식 등에 중점을 두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걸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공부하고, 왜 먹어야 하는지를 공부하며, 인스턴트가 아닌 음식의 참맛을 느끼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정책은 제대로 먹어야 질병 없이 일하다 잘 죽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일본의 식육정책은 정부와 민간이 동시에 다각도에서 진행하고 있다.

다시, 급식이야기를 해 보자. 학교급식의 음식물 쓰레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부는 이를 두고 보편급식의 질저하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학교 음식물 쓰레기는 보편급식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였다. “학생 1인당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2008년 12.7㎏, 2009년 13.1㎏, 2010년에는 13.6㎏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윤선재, 김현아 ‘학교급식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인식 및 잔반율 영향 요인 분석’ <대한영양사협회학술지>, 2012) 보편급식은 2011년 서울시에서 전면적으로 실시되었고, 위 연구에 따르면 학교 음식물 쓰레기는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편급식 때문에 급식 질이 떨어져서 잔반이 많이 나온 것이 아니라, 돈을 받아도 애초에 학교 급식이 학생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늘어난 것이다.

급식을 교육에서 분리해 급식비용을 누가 낼 것인가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결국엔 이기심을 자극하는 세금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진짜 중요한 건 급식이 교육 체계 안으로 편입되는 일이다. 국가 차원의 포괄적인 음식 교육체계가 만들어지고, 그 중심으로 학교에서 먹는 밥이 들어와야 한다. 급식의 핵심 이슈가 밥값이 아니라 교육이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어떻게, 무엇을 먹을 건가에 대해 공부하고 그에 걸맞은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 공교육에는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 ‘왜 아이들의 밥을 뺏느냐’는 주장은 ‘학교에 공부하러 오는 거다’라는 주장과 타협할 수 없다. 우리가 급식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밥이 교육이다’라는 주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해 음식 교육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 입장에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우리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좋은 음식을 먹는 일에 반대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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