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7월8일 국보급 미술품 1000여점 위조

2015.10.22 21:10 입력 2015.10.23 08:35 수정
박종성 경제에디터

“단원, 혜원, 겸재 등 조선시대 고서화부터 청전 이상범, 의재 허백련 등 근대화가의 동양화까지 닥치는 대로 위조했다. 적발된 위조품 1000여점을 진품 시가로 환산하면 1000억원대에 이른다.”

경향신문은 1999년 7월8일자 23면에 국보급 포함 1000여점을 위조하고 판매한 일당 15명을 검거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들은 위조한 미술품과 문화재 가운데 50여점을 판매해 2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경향으로 보는 ‘그때’]1999년 7월8일 국보급 미술품 1000여점 위조

고미술협회 간부 출신들로 대형 화랑을 경영하고 있는 이들은 100만~200만원을 주고 위조한 작품을 진품이라고 감정한 뒤 전문지식이 부족한 돈 많은 ‘호갱’들에게 수천만원에 팔아넘겼다. 이들은 고미술협회에서 발행한 감정서를 보여주면서 진품으로 믿게 했다. 이 가운데는 TV 프로그램의 감정위원으로 출연하는 등 문화재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내세워 위작을 진품으로 거짓 소개한 사람도 있었다.

위조범들이 사용한 위조수법도 다양했다.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진본 위에 기름을 먹은 습자지를 놓고 목탄으로 밑그림을 그린 뒤 먹과 물감으로 채색하거나 원본 슬라이드 필름을 환등기 위에 놓고 모작하는 것. 또 소장가들이 표구를 부탁한 원본 그림을 물에 불린 뒤 2장으로 갈라내는 소위 ‘앞장떼기’나 ‘뒷장떼기’ 방법도 사용됐다. 혜원 신윤복의 기생 그림처럼 유사 화풍의 아류작이 많은 작품은 ‘낙관·서명 바꿔치기’를 통해 진품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검거된 위조책으로부터 위작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동양화가 천경자씨의 ‘미인도’를 위조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이다. 위조범은 당시 검찰에서 ‘미인도’를 포함해 3종류의 천씨 ‘미인도’를 아는 사람 부탁으로 위조해 넘겨주었다고 자백했다.

위조범이 위작했다고 주장하는 ‘미인도’ 중 하나는 1991년 위작 논쟁을 일으켰던 4호 크기의 채색화 ‘미인도’.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 ‘미인도’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소장품으로 정부가 압수해 재무부-문공부를 거쳐 1980년 5월30일 압수, 소장해온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미인도’에 대해 원로화가 천경자씨는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한국화랑협회에 의뢰해 천씨의 작품이 맞다는 감정을 받았다고 맞섰다. 화가는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하는데 감정가들은 천씨의 작품이 맞다고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유명 화가의 작품 위작 시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경찰은 수년 전부터 논란을 빚어온 이우환 화백의 위작이 유통됐을 정황이 드러나 수사에 나섰다. 이 화백은 자신의 작품에 위작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술계에서는 위작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 화백 작품의 낙찰총액은 10여년간 712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위작은 돈냄새를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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