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학 구조조정, 지방 소멸

2016.10.02 21:36 입력 2016.10.02 21:39 수정
박해천 | 동양대 교수·디자인 연구

주지하다시피 본격적인 저출산 시대의 개막은 2002년이었다. 그해 연초부터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덕담처럼 유행했기 때문일까? 부자가 되고자 하는 부모들은 넘쳐났지만, 정작 부모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은 빠르게 줄고 있었다. 실제로 그해 출생인구는 49만명이었고 그 이후에는 줄곧 40만명대를 유지했다.

[별별시선]저출산, 대학 구조조정, 지방 소멸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의 부모 상당수가 70년대 생이었다는 사실이다. 1970년과 71년에 각각 100만명 넘게 태어나 제2차 베이비붐의 정점을 찍었던 이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저출산의 포문을 열었던 셈이다. 한때 ‘신세대’로 불렸던 이들이 30대의 나이로 맞이한 21세기는 사회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들은 비정규직 증가와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중산층 진입이 요원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부모 상당수는 이미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에 편입되기 시작해 40% 후반대의 압도적인 노인 빈곤율을 기록할 태세를 마친 상태였다. 따라서 그들이 출산을 뒤로 미루거나 아이를 하나만 낳기로 작정한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문제는 이런 개별적 선택이 누적되다 보니 저출산이 대세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출산 쓰나미가 사회 전반을 휩쓸기 시작하는 시점은 언제쯤일까? 저출산 시대의 첫 세대가 대학에 들어가고 그 부모들이 50대에 진입하는 시점, 즉 2021년일 것이다. 그 시점이 되면 전국의 대학들은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의 시련을 견뎌내야만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련이 수도권과 지방의 이원화된 방식으로 불평등하게 배분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저출산 쓰나미의 진행 방향과 파괴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매년 시시각각 변모하는 수시전형의 대학별 경쟁률이다. 이 입시 제도는 수험생이 6곳의 대학에 지원해 재수의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고,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학령인구의 감소 추이를 바탕으로 해당 대학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게끔 구조화돼 있다.

거칠게 말하면 일정 수준 이하의 경쟁률을 기록한 대학은 수험생이 6순위 이하로 지원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학인 동시에 3~4년 이내에 신입생 충원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대학이라는 것이다.

사실 유능한 교육부 관계자라면 수시 경쟁률에 국가장학금 관련 통계자료를 겹쳐보면서, 2021년 이후의 세계에 대한 청사진을 매년 업데이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생이 속한 가구의 소득수준에 따라 학비를 차등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제도는 정부가 재정 지원을 빌미로 대학별 재학생의 소속 계층과 경제 상황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별 대학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좀 더 간단하게 살펴볼 수 있는 통계 지표도 있다.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20대 순유출 비율과 고령화율이 그것이다. 실제로 초고령 사회에 이미 진입한 전남이나 고령 사회를 통과 중인 경북과 전북 일대의 대학들은 일차적으로 위기에 노출될 것이다. 산업 기반이 빈약한 이 지역 중소도시들이 오랫동안 맺어온 지방 대학과의 경제적 공생관계 역시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다.

그러면 저출산 쓰나미는 2021년 이후에는 어떤 궤적을 그리며 이동하게 될까? 저출산 세대의 생애주기에 맞춰 내수시장, 노동시장, 주택시장 등을 차례대로 들락거리며 기존의 질서를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학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이 위기는 전면적이라기보다는 국지적인 형태로, 아주 느리고 매우 불평등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인구 집중으로 인해 저출산 쓰나미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치를 점유한 50대 이상의 수도권 중산층 유권자들은 주요 국면마다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과잉 대표화 전략을 동원해 자신들의 계층적·지역적 이해관계를 관철하려고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의석을 가진 그 어떤 정치 세력도 이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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