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

2017.05.08 20:41 입력 2017.05.08 21:01 수정

옛날에 구렁이가 이 집 처마에서 저 집 처마로 넘어갈 때면 처마 높이의 담장에 몸통을 걸치고 통나무로 보일 만큼 눈치 못 채게 아주 느리게 넘어갑니다. 그래서 확실한 결말을 짓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라고 합니다. 이번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아마도 온갖 ‘가짜뉴스’들일 것입니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거나 폄훼하기 위해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퍼트리는 것이지요. 모함은 한 마디면 충분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해명에는 열 마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하는 술수입니다.

모함은 오랜 옛날부터 아주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충신과 바른 선비가 모함으로 억울하게 귀양을 가거나 죽임을 당한 역사를 우린 알고 있습니다. 모함은 실력으로 이기지 못할 때 씁니다. 더 많이 노력해서 그 사람보다 나아지려는 착한 경쟁 대신에 손쉽게 선택하는 것이 모함입니다.

여론조사에서 한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다른 후보들보다 압도적이게 되자 몇몇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더 나은 정책으로 어필할 생각보다 그 후보를 끌어내리는 데만 열심이었습니다. 실력으로 이기지 못할 걸 알기에, 또 그런다고 처벌받는 일도 거의 없었음을 아니까요.

유야무야(有耶無耶)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도 모르게 슬쩍 넘어가는 것을 뜻하지요. 어차피 지금 어떤 거짓말과 모함을 하든 선거가 끝나면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다 끝난 일’로 치부하고 넘어갈 테니, 없는 말을 꾸며내서라도 유권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입니다.

유권자에게는 항상 올바른 정보가 주어져야 합니다. 공정한 선거로 대한민국의 확실한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서라도 거짓말과 불법행위가 투표를 끝으로 유야무야 담 넘어가게 해선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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