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생명의 연대

2018.03.29 21:28 입력 2018.03.29 21:41 수정

[녹색세상]‘부활’ 생명의 연대

‘성 금요일.’ 부활절을 이틀 앞둔 오늘, 교회는 2000년 전 십자가형으로 처형된 예수의 죽음을 기립니다. 죽음은 생명의 봄에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의 죽음은 생명으로 이어지는 사건입니다. 사실, 겨울을 지나 봄이 오듯,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듯, 모든 죽음에는 생명의 씨앗이 깃들여져 있습니다. 순환의 원리입니다. 모든 것은 존재와 생명의 근원적 유대로 연결되어, ‘나’는 세상의 모든 ‘너’ 덕분에 살아갑니다. 어떤 이유든 순환의 고리가 끊기면, 생명체는 병이 듭니다. 무관심과 고립은 순환의 원리를 거스르고, 독점과 배척은 순환의 고리를 끊습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도 결국 순환의 고리가 훼손된 결과입니다. 사람과 자연이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에서 거리로 내몰린 지 십년이 되어갑니다. 해고자 복직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회사는 미적거리고, 희망고문은 계속됩니다.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은 4번째 단식에 들어갔고, 오늘이 단식 30일째입니다. 전주의 김재주 택시노동자는 사납금 폐지와 월급제 시행을 요구하며 209일째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서 농성 중입니다. 월급제가 도입된 지 20년, 사납금 제도는 여전히 기사의 생계를 옥죄고 안전 운행을 위협합니다.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는 침묵으로 방관합니다.

설악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엄격한 자연보호구역입니다. 그 설악산에 양양군은 두 번이나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했고,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모두 부결되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 8월, 세 번째 신청한 사업이 조건부 승인되었습니다. 그 뒤에, 박근혜 정부가 운영한 환경부의 비밀 TF가 있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쓰일 알파인 스키장을 만든다고 가리왕산의 원시림을 파헤쳤습니다. 단 며칠의 경기를 위해 조선시대부터 벌목을 금해온 봉산에서 나무 10만그루를 베어냈습니다. 잔치가 끝나자, 강원도는 가리왕산 복원 약속을 미루기 시작했습니다.

탈핵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가 외국에서는 핵발전소 수출에 열을 올립니다. 원전업계는 ‘원전수출 국민행동’을 결성하고 정부에 원전수출 지원을 촉구합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핵발전소를 수출한 이후, 이 땅에 핵발전소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고준위핵폐기물 같은 감당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겨났습니다. 힘든 싸움을 통해 이제 겨우 탈핵을 선언했을 뿐, 고통과 문제들은 그대로입니다. 원전수출은 우리의 이익을 위해 이 모든 고통과 문제를 다른 나라로 보내는 것입니다. 탈핵을 선언한 나라가 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위험한 것은 다른 나라에도 위험합니다.

근원적 유대감에서 오는 타자에 대한 존중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입니다. 그런 현실에서 순환의 고리가 온전할 리 없습니다. 봄이 온들, ‘침묵의 봄’입니다. 지난 25일, 문정현 신부가 제주교도소에 수감되었습니다.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올랐다고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연대는 죄가 아니라며 버텨왔던 문정현 신부, 단식하는 김득중 지부장을 “기억하며 기도”하겠다며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며 벌금노역을 자청하였습니다. 다시, 아름다운 연대의 길을 떠났습니다. 주말인 내일이면, 휴식을 마다하고 전주의 하늘에 홀로 떠 있는 택시노동자 김재주를 만나러 희망버스를 타고 길 떠날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모든 길이 예수의 길입니다. 예수는 끊어진 순환의 고리를 잇기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갔습니다. 무관심과 고립, 독점과 배척의 세상을 관심과 연대, 나눔과 포용의 세상으로 바꾸려 했습니다. 죽음을 생명과 연결하려 했습니다. 세상은 그런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했지만, 십자가 죽음에서 생명이 피어났습니다. 세상의 가장 약한 존재를 향해 자기를 비우는 그 마음이 순환의 고리를 잇는 힘, 생명의 원천입니다. 곧 부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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