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새 돌파구 ‘RCEP’

2019.11.05 20:32 입력 2019.11.05 20:33 수정

한국 경제는 지난 50년간 연평균 7% 수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성장률은 연평균 3.5% 수준이었다. 이러한 우리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을 가리켜 ‘한강의 기적’이라고 한다.

[경제와 세상]한국 경제 새 돌파구 ‘RCEP’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1993년 발표한 ‘기적 만들기(Making a Miracle)’라는 논문에서 한국의 경제성장을 ‘기적’이라 칭송했다. 객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학술 논문 제목에 ‘기적’이라는 다분히 감성적인 표현까지 선택하게 만든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발전상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성장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 경제의 높은 ‘개방성’이다.

사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자유로운 교역을 통해서 보다 높은 후생을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합치된 의견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 개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경제학자인 라울 프레비시와 H W 싱거는 개발도상국이 수출을 통한 대외지향적인 발전전략보다는 국내 수요를 우선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개도국이 선결해야 할 것은 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는 산업을 먼저 육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에 주목한 중남미 일부 국가와 인도, 파키스탄 등은 수입대체 산업 육성전략을 선택했다. 그리고 수입대체 육성전략을 선택한 국가들이 그동안 보여온 성과들이 미미하다는 사실은 열거된 국가들의 이름을 통해서도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독립국들로 비슷한 시기와 상황 속에서 출범했다.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행한 일련의 경제정책들은 다른 국가들이 해당 정책이 내포하고 있는 성과를 판단하는 시금석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수출지향 정책과 수입대체 정책의 효과 역시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교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나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할 당시만 하더라도 대표적인 코코아 수출국이었다. 가나 전체 GDP의 20%는 코코아 수출을 통해 얻은 것이었다. 이러한 가나는 자국 경제구조의 자립을 위한 산업기반을 조성하고자 수입대체 전략을 선택했다. 이후 코코아 생산에 투여할 자본을 다른 산업에 분산해 투자했고, 이로 인해 코코아 수출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가나의 1인당 GDP는 1957년 1500달러에서 1983년 310달러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에 반해 비슷한 시기에 독립하고 비슷한 자원을 갖고 출범한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자국의 대표 수출 품목이던 커피, 코코아, 목재 등의 수출을 더욱 촉진하는 정책을 추구했다. 그 결과 코트디부아르는 앞서 언급한 가나와 동일한 기간인 1957년부터 1983년까지 연평균 5~7%에 가까운 성장을 지속해 왔으며, 1인당 GDP 역시 2배 이상 상승했다.

한국 역시 수출지향적인 대외경제모델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대표적인 국가다. 경제개발 초기 내수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던 시절에는 협소한 국내 시장보다 방대한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더욱 유리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고려하여 대규모로 생산할 경우 규모의 경제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대외지향적인 형태로 발전해 온 한국 경제가 남다른 성과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더 있다. 대외지향적인 경제체제의 경우, 국내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닌 해외 기업과의 경쟁 상황에 노출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은 자연히 자신들의 경쟁력 수준을 국제적인 상황과 비교해서 파악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과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다.

우리 경제의 수출지향적인 대외경제모델은 최근까지도 계속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개도국과의 교역이 크게 확대되었는데, 이는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과의 무역마찰이 심화되어 교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를 찾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특히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협정문 조인은 1994년)과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수립으로 다자무역체제가 확대되었다.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 총 15개국이 지난 4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타결을 선언해 세계 최대 규모의 FTA가 체결된 것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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