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임기를 시작해 2년 반이 됐다. 2017년 9월 경기 고점이었고 이후 계속 경기 하강 국면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잠깐 호황을 누리고 이후 경기 하강의 책임을 둘러싼 비판을 내내 받아야 했다.

[경제와 세상]문제는 거시경제 운용이다

2017년 경기 호황은 박근혜 정부의 소위 “빚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 의한 건설투자 확대와 반도체 특수에 따른 수출 급증 덕이었다. 또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14년 취임 후 기준금리를 계속 내려 2016년 6월 역대 최저인 1.25%까지 내렸다. 당시 기준금리를 이렇게까지 내려야 할 만큼 거시경제 상황이 심각했는지 지금도 의문이지만, 이것이 가계부채 급증과 건설경기 부양을 촉진한 건 확실하다.

2017년 후반 이후 국내 경제와 세계 경제 경기지표는 모두 하락했다. 2018년부터 본격화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경기 하강 국면에서 2018년 전년 대비 경제지표는 고용이든 산업동향이든 모두 나쁘게 나왔고, 야당과 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탓으로 돌렸다. 더욱이 금융통화위원회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무리하게 내린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는 조정을 두 차례나 해야 했고 이는 경기 하강을 더 가속화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경기 하강 상황에서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인식을 명확히 하지 못했던 걸로 보인다. 사실 일부 금융시장 경기전문가들만 경기 고점이 2017년 중반이냐 후반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였지, 경제전문가 대부분은 2017년 후반 이후 경기 하강이 본격 시작하고 있다는 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첫 번째 본예산 편성인 2018년 예산에서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대폭 감소시켰다. 건설업이 경기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경기 하강 상황임을 인식했다면 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2018년 초미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 2016~2017년 연속 대규모 초과 세수가 발생했고 2018년 국세진도율로 대규모 초과 세수 긴축재정 전개가 예상되었는데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은 것도 문재인 정부가 거시경제 상황을 매우 안이하게 보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승수 효과는 3년 지속하므로 2018년 긴축재정 효과는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야당과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무리한 노동정책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오류를 비판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정말로 비판받아야 할 부분은 안이한 거시경제 운용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2018년 근로소득과 가계소득이 그 이전에 비해 현저히 증가했다. 1분위 가구 소득 감소는 고령화로 빈곤 노인 가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며 사회복지 확대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해소할 수 있는 문제다.

전년 대비 9.5% 증가한 2019년 예산을 슈퍼예산이라 하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수차례 하향 조정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2019년 세수 전망은 실질성장률 2.7%,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증가율 1.6%로 해서 경상성장률 4.3%를 전제로 한 거다. 지금 경상성장률은 4.3%의 절반도 안될 걸로 예상한다. 2019년 세수 추계가 정확했다면 지금 심각한 세수결손을 걱정해야 하고 세수 감소 자동 안정화 기능이 작동해야 하지만 국세진도율이 정상이란 것은 당초 2019년 세수 전망도 심각한 과소 추계였다는 것을 뜻한다. 재정정책 오류를 이렇게 반복한 정부가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세계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한다. 당시 정부는 2009년 재정지출을 10.6% 증가시켰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무려 3.25%포인트 하락시켰다. 2008년 위기를 1년 만에 쉽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확장재정정책 외에 강력한 통화정책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준금리를 기껏해야 0.25~0.5%포인트 더 내릴 수 있는 상황으로 사실상 재정정책에 의존해 불황을 타개해야 한다. 전년 대비 9.3% 증가한 예산안, 국회 감액조정을 거치면 9%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예산으로는 불황 타개가 어렵다.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를 보면 지금 바닥을 치고 올라갈지, 아니면 L자 횡보를 할지 불투명하다. 긴 경기 하강을 끝내고 2020년 확실하게 바닥을 치고 올라가려면 강력한 확장재정은 필수고 기준금리 인하와 국채 매입 등 양적 완화 정책도 검토해야 한다. 직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올리비에 블랑샤는 불황을 극복하려면 어정쩡한 정책이 아니라 약간의 경기과열도 감수할 정도의 강력한 거시경제정책을 펴야 한다고 권고한다. 2020년 무슨 일이 있어도 불황을 끝낸다는 강력한 정책 의지를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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