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못 사게 막는다고 집값 내려가나?

2019.12.18 20:57 입력 2019.12.18 21:05 수정

정부가 12월16일 부동산 종합대책을 ‘전격’ 발표하였다. 11월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드러난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문제 인식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있은 지 한달 만이다.

[경제직필]집 못 사게 막는다고 집값 내려가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현 정부 출범 30개월 만에 3억원 올라 현재 9억원에 육박한다. 대기업 임원이 매년 6000만원을 5년간 저축해야 간신히 모을 수 있는 돈을 아파트 한 채로 30개월 만에 벌었다. 강남의 한 아파트는 30개월 만에 15억원 올랐다. 누가 봐도 기가 찰 일이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다. 이러니 온 국민이 부동산에 올인하지 않을 리 있나? 투기꾼이 따로 있었던 게 아니다. 무주택자들은 불안감에 추격매수하였고 청년들도 ‘영끌’하여 매수하였다.

촛불국민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한 부동산 가격이 사실은 보수정부가 대규모로 완화한 규제 및 금융 완화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현 정부가 단호한 의지와 일관된 정책으로 이를 막아주기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현 정부 정책참모들은 안이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기 힘들게 만들어버렸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모두 부동산정책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도 말이다. ‘집값은 올라도 문제이지만 내려도 문제’라는 안이한 인식하에 ‘가격을 적당히 관리’하려 했던 오만함, 그래서 ‘핀셋 규제’와 ‘찔끔 정책’을 내놓아서 사태를 키운 책임 등은 역사의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국민의 57.6%가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믿지 못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12·16대책의 핵심은 강력한 대출규제로 집을 아예 못 사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책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현금보유자들만 알짜배기를 ‘줍줍’하고 무주택 서민실수요자들은 집을 살 수 없다. 서민들은 9억원 이하 집을 사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이미 서울 아파트의 50% 이상이 9억원 이상인 현실을 무시한 주장일뿐더러 지금과 같은 대출규제하에서 서민들은 9억원 이하 집도 살 수 없다. 지나친 대출억제는 거래절벽만 초래한다.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없으니 가격은 불변일 것이다. 하지만 내리지도 않고 규제가 풀리면 가격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이를 가격 안정화라 부를 순 없다. 무주택자에게까지 대출을 억제하면 전세수요가 급증해 전세가격이 폭등할 수도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원리금 동시상환방식의 장기대출은 늘리고 전세나 신용대출과 같은 단기성 부채를 줄여야 가계부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데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일단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만이라도 LTV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청약가점 산정방식에서처럼 무주택기간에 따라 LTV 완화 정도를 결정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지금의 가격폭등을 초래한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으로 인한 공급부족이다. 정부는 임대사업등록자들에게 제공된 양도소득세 혜택과 임대의무기간을 하루빨리 원상복귀시키기 바란다. 정부는 양도세를 강화하면서 8년 이상 장기 임대를 하는 임대사업자에게는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더 확대하였다. 이 정책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물건을 장기간 묶어둠으로써 매물 공급을 현저히 줄였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신도시 건설만 공급정책이 아니다.

공시가격을 빨리 현실화하여 보유세 부담을 늘리기 바란다. 세율 인상은 시간이 걸린다. 보유세 증가속도가 빠를수록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던지는 속도도 빨라진다. 양도소득세를 낮추는 것은 불로소득인 시세차익을 ‘먹튀’하도록 하는 것이니 조심할 일이다. 보유세 부담은 증가시키되 양도소득세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양자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물잠김현상은 주로 가격상승기에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추가적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지 양도소득세 때문이 아니다. 양도소득세는 오히려 가격상승기에는 매물을 빨리 팔도록 유도하고 가격하락기에는 천천히 팔도록 유도한다. 양도소득세를 덜 내는 방법은 가격 상승기에는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빨리 파는 것이고 가격 하락기에는 가격이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가 추진하는 재건축이나 재개발로 인한 초과이익환수제도 양도소득세만 잘 걷으면 별도로 필요 없다. 재건축이나 재개발로 인한 이익이 시세차익에 모두 반영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금리 인하는 백해무익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금리 인하는 더 이상 투자를 활성화시키지 않고, 유동자금을 부동산으로만 몰리게 한다. 악성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폭탄이 터지는 시간만 지연시킬 뿐이다. 오히려 부동산가격이 안정화되면 악성부채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된다. 그리고 소비도 진작되고 투자도 활성화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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