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 없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2020.06.29 03:00 입력 2020.06.29 03:01 수정

10명 중 9명이 원한다, 차별금지법. 6월23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선 88.5%, 6월1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1대 국회, 국민이 바라는 성평등 입법과제’ 조사에선 87.7%가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더는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룰 수 없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인권위 조사 결과 차별 후 무대응한 경우는 71.7%로, 실효성 부재(40%)와 대응 후 보다 심각한 문제 발생 우려(30.8%) 등을 이유로 들었다. 차별받은 사람의 목소리는 크게 들리기 어렵다. 차별받은 사람이 적어서가 아니라 차별받은 사람을 구제할 제도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한 시정권고가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실효성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 모두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구조에 놓여 있다는 인식도 높아졌다. 누구나 언젠가 차별을 하거나 당할 수 있다는 질문에 90.8%가 그렇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한층 분명해진 경제적 불평등과 감염인에 대한 낙인과 혐오는 차별이 언제든 부메랑처럼 서로에게 찾아올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차별금지법이 다수에 대한 소수의 차별이란 역차별 논리는 서로를 향한 부메랑 돌리기를 강요할 뿐이다.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시행 10년이 지나자 장애 관련 차별 진정이 10배로 늘었다. 법의 시행으로 부당한 삶의 경험을 차별이라 말할 수 있는 공적 공간이 열렸다. 장애인을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고, 동료 시민으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를 익혀야 한다고 사회 전체에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장애여성운동에서는 장애여성의 차별을 ‘장애’로만 볼 때 복합 차별을 설명하기 곤란함도 말한다. 실제 인권위 진정 사례 중 복합 차별 사례에 대한 진정은 드물다. 장애여성, 장애인 노동자, 장애레즈비언, 나이가 든 장애인, 10대 장애여성 등 복합적인 정체성을 ‘장애’로만 맞춰 차별을 설명할 때 그 원인을 ‘장애인은 ~한 존재다’ 식의 정체성으로 환원해 버릴 위험이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담길 복합 차별은 차별의 원인을 소수자의 정체성으로 환원하지 않고, 차별이 발생하는 사회환경에 주목해 통합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추동할 것이다. 따라서 제도에 나를 끼워맞추지 않고 온전히 설명하려면, 어떠한 차별 사유도 빠져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장애인운동은 개별법이 있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에 함께한다.

6월14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 발의를 선언했고, 인권위도 입법을 추진 중이다. 사회적 합의를 핑계 삼지 않고 사회적 정의로 나아갈 발의안에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에게는 차별금지법을 지지해온 시민들이 함께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평등을 향해 가는 시민들과 연대하려면, 21대 의원들은 서둘러 평등행 역사에 이름을 올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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