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보다 나쁜 가짜뉴스

2020.09.03 03:00

가짜뉴스는 해롭다. 사회를 시끄럽고 어수선하게 만든다. 건전한 공론에 도움이 안 된다. 현실을 왜곡해 사회 갈등과 혼란을 부추긴다. 갈등 비용을 늘리고 행정력을 낭비시키며 공동체의 안녕을 위협한다. 이 말들은 거짓이 아니다. 가짜뉴스를 만들고 퍼뜨리는 사람들도 동의할 것이다. 그들은 그것이 가짜뉴스가 아니라거나 몰랐다고 주장할망정 가짜뉴스가 이롭다고 말하진 않는다.

차준철 논설위원

차준철 논설위원

가짜뉴스는 감염병 시대에 더욱 기승을 부린다. 불안과 혼란을 파고들며 전염병처럼 무서운 기세로 확산한다. ‘정보 전염병’을 뜻하는 ‘인포데믹’이라는 말이 익숙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찍이 “인포데믹 역시 우리의 적”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예외일 리 없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노심초사하는 와중에 가짜뉴스의 해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 또한 다 아는 얘기다.

가짜뉴스의 폐해가 명백하다는 공감대가 있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가짜뉴스를 없애는 게 맞다. 뿌리까지 뽑아내는 일에 모두 힘을 쏟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실상은 여의치 않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가짜뉴스인지 헷갈리고, 누가 진위를 가릴지가 불분명해서다. 구별과 판단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원래 가짜뉴스는 정치·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고의로 왜곡·날조하고, 언론 보도로 가장하는 거짓 정보를 지칭했다. 요즘 가짜뉴스라고 하면 그 이상으로 범위가 넓다. 악의로 조작된 정보뿐 아니라 오보·거짓말·풍설·유언비어에 괴담·음모론까지 포괄한다. 심지어 내 입장과 다른 정보, 내 입맛에 안 맞는 얘기도 가짜뉴스로 부르는 지경이다.

언론학자들은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쓰지 말고 허위·조작 정보로 바꿔 불러야 현재의 이른바 가짜뉴스 범람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짜뉴스가 입에 착 달라붙는 말로 널리 쓰이며 의미가 확장된 마당에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가짜뉴스는 ‘내 마음에 안 드는 정보’ ‘내 생각엔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디지털 시대의 가짜뉴스는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퍼진다는 면에서 위험성이 극도로 커졌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털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생산되고 유포된다. 근래에 영향력이 커진 유튜브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국내외의 코로나19 관련 거짓 정보의 상당수는 유튜브에서 나돈다. 콘텐츠뿐 아니라 댓글로도 증폭된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실 확인 후 차단 조치한 ‘충격! 보건소 직원과의 통화’라는 거짓 녹취 영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회악으로 규정할 수 있는 이 같은 가짜뉴스들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인터넷·SNS 이용자들이 잘 가리는 게 우선일까. 영국 BBC는 가짜뉴스 퍼뜨리지 않는 방법 7가지를 소개했다. 일단 멈추고 생각하라, 출처를 확인하라, 가짜일 수 있는지 의심하라, 확실하지 않으면 공유하지 말라, 사실을 개별적으로 확인하라, 감정적인 게시물을 조심하라, 동의한다고 공유하지 말라 등이다. 맞는 말이고, 참고할 만하다. 하지만 내 뜻과 다른 내용이면 물불 안 가리고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확증 편향’에 사로잡힌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인 조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대책으로 국민참여 팩트체크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으로 보인다. 유튜브도 누구나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이다.

지금은 정부당국의 단호하고 신속한 대처가 급선무다. 가짜뉴스의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규제하는 법·제도안을 새로 만들거나 가다듬는 일은 천천히 해나가면 된다. 기성 언론이나 전문가 단체가 공신력 있게 가짜 여부를 판별하는 것도 나중 일이다. 지금 있는 법·제도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조치를 모두 강구해야 한다. 우선 가짜뉴스의 범위를 허위·조작 정보로 좁힐 필요가 있다. 허위·조작 정보의 특징은 ‘고의·목적·조작·해악’이다. 위법을 명확히 가려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중에 공개되는 걸 익히 알면서 고의로 조작한 정보를 배포해 방역을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위험을 야기하는 위법 행위다.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 허위·조작 정보는 표현의 자유와 상관없다.

가짜뉴스는 코로나19만큼 위험하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고 약(백신)도 없어서다. 어쩌면 더 무서울 수도 있다. 전염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데다 예방책도 없고, 공동체와 구성원의 마음과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뉴스가 아니다. 그냥 가짜이고, 몹쓸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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