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 다르고 속 다른 공정경제 3법

지난 8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이 국정감사 이후 화두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주축으로 찬반 토론회가 이어지고 있고, 청와대는 물론 재계와 시민사회까지 가세했다. 이 3법을 법제화하기 위한 당정의 모습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과 ‘성동격서’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공정경제 3법이라고 명명하면 개혁적이고 강력한 방안이 담긴 것 같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알맹이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재벌개혁의 핵심 법안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와 공익법인 의결권 규율, 벤처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전속고발권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서는 전면 폐지였으나, 경성담합만 폐지하는 것으로 완화되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율은 상장 30%, 비상장 50%로 높였지만, 신규 지주회사에만 적용하도록 했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의결권은 금지한다면서 예외로 상장 계열사는 특수관계인 합산 15% 내에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주고 있다. 벤처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활성화로 혁신 경쟁을 촉진한다며, 5% 한도 내의 비계열사 주식 취득 제한을 폐지하는 등 벤처지주회사 설립 요건과 행위 제한도 대폭 완화했다.

국민의힘과 재계에서 극렬히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1인 이상의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고, 선임 및 해임을 위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합산 3%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제한하도록 했다. 독립적인 감사위원 1명이 들어가서 어떤 견제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마저도 국민의힘과 재계에서 극렬히 반대하자 민주당은 완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부 여당 의원은 감사위원을 이사회에서 제외시키자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20대 국회 민주당 안이었던 집중투표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자본 적정성 등 건전성을 모니터링한다는 수준에 불과하고, 금산복합의 리스크를 줄일 계열 분리 명령과 같은 실효성 있는 방안은 빠져 있다.

결국 당정은 이름만 거창하게 공정경제 3법으로 붙여서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시끄러운 동안 뒤에서 주목적을 이루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는 비상장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과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벤처캐피털(CVC) 보유 허용 법안 통과가 주목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여당으로서 공정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법안을 3개나 통과시켰으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라면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심화될 경제 양극화와 불평등을 생각한다면 재벌 규제 완화를 위한 꼼수를 중단하고 법안을 실효성 있게 수정한 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 공정경제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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