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와 대마초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고립으로 인해 미국에선 다들 15파운드(약 6.8㎏)가 늘었다고 ‘코로나15’라는 말이 유행 중이다. 나는 팬데믹 이후 가족 외 사람을 딱 다섯번 만났다. 장소는 모두 단독주택에 사는 친구의 뒷마당이나 공원이었다. 집에만 갇혀 있다가 5개월 만에 처음 친구를 만났을 때는 눈물이 다 찔끔 났다.

이채린 | 뉴욕시민·자유기고가

이채린 | 뉴욕시민·자유기고가

최근 만남은 뉴저지주에 사는 스티브네 뒷마당에서였다. 대선 이야기도 잠시, 대화의 중심은 온통 이번 선거에서 70% 가까운 찬성으로 합법화된 뉴저지의 기호성 대마초 합법화에 쏠렸다. 미국은 대선 때 주민발의안도 같이 투표를 한다. 찬성표를 던졌다는 피터는 더없이 기뻐했다.

이제 뉴저지는 내년부터 6.625%의 주세를 붙여 21세 이상에게 대마초를 팔게 된다.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단속 및 감금 비용을 절약하고 경찰력을 심각한 범죄에 집중하며 대마초 세금으로 재정도 여유로워질 수 있다고 찬성했다. 뉴저지 외에도 애리조나 등 4개주에서 통과되어 50개주 중 15개주에서 기호성 대마초가 합법화되었다. 의료용이라면 36개주에서 가능하다. 게다가 오리건은 미국 최초로 코카인, 헤로인 등 경성마약 및 환각버섯의 개인 소지를 비범죄화하는 법안을 60% 이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반면 세금을 걷어봤자 사회적 비용이 더 들고 어린 세대의 마약 노출 위험이 크며, 일터의 효율이 떨어지고 관련 사고도 많아진다는 등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이율배반적이게도 주법으로 합법화되었다 해도 연방법으로는 여전히 불법이기 때문에 연방법의 지배를 받는 신용카드사들은 마약거래를 허용하지 않으니 모두 현금거래뿐, 카드구입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난해 8월부터 뉴욕도 개인 용도의 대마초 소지가 비범죄화됐다. 2온스(약 56g)까지는 감옥에 가거나 재판을 받는 대신 200달러 이하 벌금을 내면 된다. ‘소지’가 경범죄를 벗어났을 뿐 피우는 것은 여전히 불법이지만,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예산이 줄어든 데다 우울감으로 휴직을 신청한 경찰이 20%나 되는 뉴욕은 대마초를 단속할 여력이 없다. 요즘 뉴욕 시내를 걷다보면 길 하나 돌 때마다 대마초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간접흡연이 아닌 간접흡초인 셈이다.

교류 없이 집에만 갇혀 있게 된 사람들이 우울해지니 대마초 이용은 늘어나고 가격도 치솟는다. 판매상은 마스크와 장갑, 헬멧으로 무장하고 자전거로 집 앞까지 배달한다고 한다. 대마초 합법화를 찬성해온 더블라지오 뉴욕시장과 달리 그간 합법화를 막아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며칠 전 코로나19로 인해 주의 예산이 너무 부족해지고 바로 옆 뉴저지의 합법화로 인해 돈이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발언을 끝내 했다.

헤어질 때 피터는 대마초가 합법화된 주의 의사 친구가 만든 안전한 유기농 제품이라며 대마초 젤리 두 개씩을 법안 통과 축하선물로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한국의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은 속인주의다. 미국에서라도 한국인의 대마초 이용은 불법이다. 집에 오는 길에 주머니 속 젤리를 만지작거리다 코로나19로 블루빛이 된 마음을 다잡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하, 잘했다, 칭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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