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재벌 본색 드러낸 거대 여당

2020.12.14 03:00 입력 2020.12.14 03:01 수정

지난 8일과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더불어민주당이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는 법안을 끼워 넣으며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다.

CVC는 금융업으로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이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정해 왔다. 재벌이 금융회사를 보유하게 될 경우 경제력 집중 심화와 경영권 승계에 악용의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주회사 체제 밖의 기업들은 현재 CVC를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의 경우 이를 운영해오고 있어 법안 개정의 필요성이 없었다. 결국 이를 허용하려는 의도가 과거 출자총액제한 제도와 같이 지주회사 제도와 금산분리 원칙이란 둑에 구멍을 내어 무력화시키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렇듯 많은 부작용 때문에 지난 1일 정무위 제2법안심사소위에서는 전문가 간담회까지 개최해 문제점과 우려사항을 확인하고, 향후 소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하지만 무엇이 급했는지 민주당은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8일 정무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전속고발권’ 제도를 미끼로 동료 야당 의원의 뒤통수까지 치는 비민주적 행각까지 일삼고 8일 밤늦게 개최된 전체회의와 9일 본회의에서 일사천리로 가결해 버렸다. 180석에 가까운 거대 여당이 잘못된 길을 가면 어떻게 되는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이름만 거창했던 공정경제 3법 역시 더욱 후퇴한 안으로 통과시켰다. 정부와 여당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최초안은 1명 이상만 분리선출하고, 선출 시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 합산 3% 의결권 제한을 하는 실효성 낮은 안이었다. 이마저 재계에서 극렬히 반대하자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분리해 적용하고,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에는 특수관계인 지분 합산 없이 최대주주와 일반주주 모두 개별 3%로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완화시켜 버렸다. 전속고발권 제도를 전면 폐지한다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서 경성담합에만 폐지하도록 한 후퇴한 안이었으나 아예 법안에서 삭제해 버렸다. 공정경제 3법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징벌적 배상제, 디스커버리제도, 집단소송제 법안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재벌개혁 의제를 정권 창출에만 이용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여당은 이들 3법 통과로 재벌개혁이 진일보했다며 뻔뻔스러운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벌개혁을 외치며 정권을 잡았던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공약 파기까지 하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비민주적 절차로 재벌편에 선 일련의 행각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중요한 개혁 법안들은 조속히 통과시키고, CVC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차등의결권 법안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다가오는 보궐선거와 대선에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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