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기후변화 정치’ 딜레마

2020.12.29 14:03 입력 2020.12.29 14:06 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표 정책이 ‘반이민’이었다면, 내년 1월20일 취임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는 ‘기후변화 대응’에 그런 의미가 주어질 것이다. 바이든 당선자에게 기후변화 대응은 단순히 환경 정책에 국한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경제 회복,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시절 땅에 떨어진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재건한다는 계획의 핵심에 기후변화 대응이 자리 잡고 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바이든 당선자는 2035년까지 미국의 전력 발전 부분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고, 2050년까지 배출량만큼 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실질적인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화석연료에서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도로·상하수도·전력망 등 기존 인프라 개·보수, 에너지 절약형 건물과 주택 건설, 전기차 보급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낸다는 게 바이든 당선자의 기본 구상이다. ‘그린뉴딜’의 기본 논리와 겹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취임 첫날 복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목표를 더 높이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종·빈부에 따른 차별 해소라는 사회정의 구현을 말할 때도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한다. 기후변화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이들이 비주류 저소득층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갑작스럽게 지구를 강타한 배경에도 기후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바이든 당선자의 인식이다.

담대한 목표와 화려한 수사의 이면엔 많은 논쟁과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에 이어 에너지 소비량이 두번째인 나라다. 2019년 미국의 전력 생산은 화석연료가 62.6%, 원자력이 19.6%, 풍력·수력·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가 17.6%였다. 탄소 배출 억제라는 당위와 단기간에 화석연료를 대체할 재생 에너지 부족이라는 현실 사이의 괴리는 크다.

뉴욕타임스는 프린스턴대 연구팀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전력 생산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려면 와이오밍주와 콜로라도주를 합친 면적에 태양광과 풍력 발전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남한 면적의 5배에 달한다. 이처럼 넒은 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원전 확대로 귀결될 수 있다는 의구심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8월 채택한 강령에서 ‘현존 및 진보한 원전’을 탄소 중립 기술 중 하나로 명시했다. 민주당 강령에 원전에 대해 긍정적 언급이 포함된 것은 1972년 이후 처음이었다. 원전을 비상구로 설정해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이 또한 한바탕 논쟁이 불가피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할 갈등과 딜레마는 한국을 포함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선 국가라면 누구나 부딪치는 것들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시대정신에 역행했다. 정권 교체와 함께 미국이 4년간의 일탈을 마치고 지구를 위협하는 ‘존재론적 위기’의 해법을 고민하고 갈등하는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미국의 귀환’을 환영한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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