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해는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 시작해서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국가 경영전략, 기업 경영전략 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많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개인들도 예년과는 달리 전혀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경제 주체들이 사업계획 수립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적용해 왔던 많은 전제조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인을 비롯한 기업과 부처들이 이전까지 수립해 왔던 사업계획서 내용들에 의존하여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준거의존성으로 설명한다. 준거의존성(reference dependence)이란 개인의 의사결정과 선택이 준거에 의존하며 준거에 따라 바뀌는 것을 말한다. 준거는 과거 상당 기간 주어져 익숙해진 자극, 소득, 가격, 성과 등에 의해 결정된다. 오랜 기간 받아온 소득이나 누려온 재산이 준거가 되고, 소비 품목들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지불해온 가격도 준거가 된다. 특정 식당이나 호텔에 가서 자주 즐긴 음식이나 서비스도 준거가 된다.

전통적인 경제학은 출발점이나 차이 변화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결과, 최종 수준, 최종 상태에만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준거의존성에 주목한 행동경제학은 최종 상태와 결과뿐만 아니라 초기 출발점이 어디였는지 그리고 초기 상태와 최종 상태의 차이가 얼마인지에 따라 실질적인 경제적 성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심지어 이를 인지하는 우리들의 감성마저 달라질 수 있음을 주목해 왔다.

준거의존성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올림픽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우리는 종종 은메달을 획득하고도 억울해 펑펑 우는 선수들을 볼 때가 있다. 전 세계 2등이라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그 사람의 준거기준은 금메달이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또 다른 선수는 은메달을 따고 아주 흡족하게 웃는다. 그 선수는 원래 은메달도 기대를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준거기준에 따른 반응은 신체적인 현상에서도 확인된다. 영하 10도의 물에 30분 동안 손을 담그고 있다가 0도의 물로 옮긴 경우와 영상 10도의 물에 30분 동안 손을 담그고 있다가 0도의 물로 옮긴 경우를 비교해 보면, 같은 0도라 하더라도 앞서 사람들은 따뜻하다고 느끼고, 후자는 차갑게 느낀다.

개개인의 성과평가에서도 준거의존성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학자나 예술가 중에는 젊은 시절 높은 업적을 남긴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후 활동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의욕을 잃을 수 있다. 초기 업적이 준거가 되어 이후 활동에 오히려 장애가 된 것이다.

뉴욕의 택시기사들은 시간당 임금이 높아지면 오히려 노동시간을 줄이는 이상한 현상을 확인하였다. 예를 들어 오전에 손님을 많이 태우면 일찍 귀가하는 것이다. 그것은 하루 동안 본인이 벌어들이려는 목표 수익이 있기 때문에 이를 일찍 달성하면 일찍 귀가하는 것이다. 저축이나 투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당초 설정한 목표액을 이자율이 올라 더 일찍 달성할 수 있을 경우, 더 적은 금액으로 더 빨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저축을 줄인다.

이상 열거한 사례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는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목표 달성 여부뿐만 아니라 경제적 행태마저 달라진다. 또한 동일한 결과라 하더라도 기준을 어디에 두었는지에 따라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고, 불행하게 느낄 수도 있다. 새해가 시작되어 대부분의 개개인들과 기업들은 새해 목표와 계획들을 수립 완료한 시점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한번쯤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한해 계획을 세웠는지, 혹은 우리 회사 내지 지자체는 무엇을 기준으로 한해 계획을 세웠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