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가족’입니까

2021.02.22 03:00 입력 2021.02.22 03:02 수정

여기 한 부부가 있다. 2013년부터 만났고 2017년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여러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결혼식도 올렸다. 가사를 나눠 하고 서로가 아플 때 돌봐주고 서로의 경조사를 챙기는 등 여타의 부부랑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혼인신고를 올리지 못했다. 두 부부 모두 법적 성별이 남성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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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 부부는 2020년 2월 국민건강보험 부양-피부양 관계로 등록을 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동성 부부인 것을 밝히며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고, 공단으로부터 사실혼 관계면 등록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나서였다. 그런데 이후 두 부부의 사연이 알려지자 공단 측은 이들의 피부양자 등록을 없던 일로 해버렸다. 결국 2월18일 이들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건강보험은 피부양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이 개인 가입자가 부양하는 가족까지 포괄하는 ‘가족보험’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피부양자로 인정되는 가족의 범위는 매우 넓다. 배우자와 직계비속은 물론 이혼, 사별한 형제자매도 가족으로서 피부양자가 된다. 또한 배우자는 반드시 법률혼만이 아닌 사실혼 관계도 인정되며, 사실혼을 인정받는 데도 간단한 증빙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서 건강보험공단의 주장에 따르면 서로 부양하고 동거하는 동성부부는 ‘가족’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대체 가족은 무엇인가.

한편 가족의 의미를 묻게 되는 또 다른 사건이 최근 있었다. 지난 설연휴에 SBS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했다. 이 영화는 성소수자이자 그룹 퀸의 리드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그림에도 SBS는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에 비해 이성 간 키스 장면은 그대로 방영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SBS 관계자는 이러한 편집의 이유로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연휴 기간, 저녁 시간에 편성됐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답변했다. 글쎄, 연휴에 모인 그 온 가족에 성소수자 부모와 자녀는, 동성부부는 없었을까? SBS가 자의적인 편집을 하면서 상정한 가족은 무엇인가.

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혼인·혈연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 지 오래다. 2020년 7월 여성가족부의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7%가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함께 거주하지 않아도 정서적 유대를 갖고 있는 친밀한 관계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응답도 39.9%에 달했다. 가족의 의미가 혼인·혈연이 아닌 친밀과 돌봄의 관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응답률이 높게 나온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를 못 따라가는 이들이 있다. 건강보험공단, SBS가 그러하며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건강한 가정의 구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헌법은 가족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 바가 없다. 2008년 헌법재판소는 호주제 위헌 결정을 하며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이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는 가운데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헌법이 말하는 가족의 가치는 존엄인 것이다.

존엄에 기초해 다양한 친밀과 돌봄의 관계가 가족으로 인정받는 것.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리고 헌법에 기초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가족의 의미와 가치는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더 이상 다름을 이유로 가족에서 배제되거나 또는 가족을 핑계 삼아 차별이 정당화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다양하고 평등한 모든 가족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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