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자긍심의달

2024.05.26 20:32 입력 2024.05.26 20:33 수정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달(LGBT Pride Month)이다.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기념하고 인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정된 달이다. 이 시기를 맞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 지역에서 퀴어퍼레이드 등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진다. 6월이 이렇게 자긍심의달로 지정된 것은 55년 전인 1969년 6월28일 미국에서 있었던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이 항쟁은 당시 미국 전역에서 동성애가 불법이던 시절, 성소수자들의 모임 공간이던 스톤월 주점을 경찰이 급습한 것에 항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4일 동안 이루어진 항쟁을 기념하여 그다음 해인 1970년 6월28일, 뉴욕에서 세계 최초로 퀴어퍼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기원에서 알 수 있듯이 퀴어퍼레이드는 혐오와 낙인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온 성소수자들이 지금 여기 있음을 알리는 자리이자, 차별에 맞서는 항쟁이다.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성소수자 혐오선동 세력의 집단적 폭력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이후에도 차별적 행정으로 장소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여전히 성소수자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기 위해서도 항쟁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긍심의달 첫날인 6월1일, 서울퀴어문화축제와 퀴어퍼레이드가 진행된다.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서울광장이 아닌 을지로 일대에서 이루어진다. 서울시는 책읽는 서울광장 운영을 이유로 광장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해 각 지자체에서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성교육, 성평등 도서에 대한 열람 제한, 폐지 사태를 보았을 때 서울시의 행태는 결국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기 위한 차별일 뿐이다.

이러한 차별에 맞서 자긍심을 높이는 방법은 끊임없이 저항하는 것이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이러한 저항의 과정을 보여준다. 2023년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대구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불법도로점거’로 낙인찍으며 공무원들을 동원해 축제 무대와 부스 설치를 방해했다. 나중에는 이를 이유로 경찰에 고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대구지방법원은 대구시와 홍 시장에게 위법한 집회방해를 했다며 700만원의 손해배상을 명하였다. 올해도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펼쳐진다.

한편으로 자긍심은 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차별과 혐오는 다른 이들이 경험하는 차별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이 연대이다. 이전 소셜네트워크에서 민주노총이 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등 ‘오지랖’을 부리냐는 글에 그것을 ‘연대’라고 부른다는 답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성차별에, 장애인의 이동권 박탈에, 학교 안팎의 차별에, 광장과 거리에서의 집회의 자유 침해에 저항하고, 국외로는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학살에 목소리를 내고, 국가를 넘어 자본의 이름으로 교묘하게 이루어지는 성소수자 차별에 경각심을 갖는 것, 성소수자 자긍심의달을 맞아 각자가 할 수 있는 실천들이다.

“우리는 퀴어이자, 빈곤과 가난, 감염병과 질병을 가로지르는 당사자로서 자본주의 체제의 착취와 성별이분법, 그리고 이성애중심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위험에 정면으로 맞선다. 국가폭력, 전쟁, 학살, 기후재난의 위기와도 맞닿아 있는 이 위험으로부터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우리는 성소수자의 인권증진 없이 ‘모두’를 말할 수 없다고 외치며 모두의 자유와 평등, 정의를 강력히 주장한다. 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돈이 없고, 아프고, 문란한 ‘우리’다.”

지난 5월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78개 단체가 공동 진행한 투쟁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위와 같은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읽었다. 바로 5일 뒤 토요일, 보다 문란한 이들이 무지갯빛 물결로 거리를 가득 메우는 모습을 기대한다. 차별과 혐오가 때론 광장을 닫고 항의의 목소리를 가로막지만, 결코 항쟁하는 이들의 자긍심을 앗아갈 수는 없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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