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균형과 금리 인상

2021.06.03 03:00 입력 2021.06.03 03:04 수정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경제성장률을 3.0%에서 4.0%로 대폭 상향조정하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1.3%에서 1.8%로 올렸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대 중반 정도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4% 성장 전망은 국내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작년 성장률이 -1%였음을 감안하면 2년 평균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또한 한국은행이 명시적인 통화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물가상승률 목표도 2%임을 감안하면 이 역시 전망치가 목표 수준을 하회한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경제상황에 맞춰 ‘이례적인’ 완화조치의 조정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특히 금통위 내에서 질서있는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었음을 시사하면서 경기회복에 지장을 주는 금리 인상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실기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자산가격 상승과 연계된 위험선호의 확대, 가상통화 등에 대한 자금 쏠림, 레버리지 투자 등을 경계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금융불균형의 누적에 대한 우려가 향후 통화정책 방향, 즉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31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 3.3%에서 3.8%로 상향조정했다. 정보기술(IT) 부문 주도의 견고한 수출 성장세, 온라인 쇼핑 등 민간소비의 점진적 회복, 기업 투자 증대 및 확장적 거시경제정책 덕분에 경기회복세가 점차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럼에도 경기회복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특히 서비스 부문의 더딘 회복과 고용 부진 등에 대처하기 위해 확장재정 스탠스의 지속과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가 적절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한정된 재정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보편적 지원보다 취약한 가계와 기업에 대한 표적 지원이 더 유효하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권고도 담고 있다.

현시점에서 금융불균형에 대한 통화정책적 대응과 경제성장을 위한 재정정책적 대응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중대한 과제이다. 그런데 문제는 부채와 금리다. 우리 경제는 이미 민간부채 비율이 너무 높은 수준이어서 금리 상승, 특히 저성장기의 금리 상승은 채무자를 지탱하기 어려운 상태로 내몰 수 있다. 게다가 재정투자 확대를 위한 조달비용을 상승시켜 공공부문의 부채율을 높이거나 재정건전화의 시계를 앞당길 수도 있다. 반면에 통화당국이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 금리를 급격하게 또는 조기에 올리지 못하면 자산가격 붐과 유동성 과잉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부채비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일례로 2011~2013년 스웨덴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자율을 올려 스톡홀름의 신용 붐과 부동산 붐을 완화시키려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신용 붐과 부동산 붐은 지속된 반면 성장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은 마이너스가 되었다. 그 정책은 2014년 폐지되었다.

아데어 터너(Adair Turner)가 주장하는 것처럼,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중앙은행도 유일한 목표는 물가 안정, 유일한 정책수단은 금리 조정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용 붐과 자금흐름을 억제할 수 있는 비금리 정책수단들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중앙은행은 지금보다 강력한 거시건전성 감독 권한을 가져야 하며, 비은행 신용중개로 표현되는 그림자금융시장에 대한 감시와 규율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이에 더해 부동산에 대한 신용공급을 억제하는 은행규율체계의 도입이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중요한 설비투자에 대한 신용공급 전담기구 설치 등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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