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과 들깨

2022.02.26 03:00 입력 2022.02.26 03:01 수정

광주폴리Ⅲ 쿡폴리 ‘콩집’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광주폴리Ⅲ 쿡폴리 ‘콩집’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2차 대전 당시 독일 공군의 집중 공습을 받아 초토화된 로테르담은 도시 재건 과정에서, 옛 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완전히 현대적인 도시를 만드는 방향을 선택했다. 한편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는,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현재성만을 추구했던 근대 건축의 방식을 모두 걷어내고, 중세의 수공업적 시민도시의 모습으로 프라이부르크의 시간을 돌려놓았다. 도시가 건축을 통해 역사를 기억하고, 동시대와 접점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는 도시인들의 가치관과 정체성이 담기기 마련이다.

광주시가 광주비엔날레재단과 함께 2011년부터 시작한 ‘광주폴리’는 도시의 물리적 재건이 아니라, 내용적 재건에 대한 도시와 예술의 선택을 보여준다. 건축계에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장식적으로만 존재하는 건축물을 뜻하는 ‘폴리’는 광주에서 ‘기능을 회복한’ 아름다운 건축물로 재정의되었다.

얼마 전 광주폴리는, 광주가 ‘맛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음식점과 술집의 효시로, 2017년 3차 광주폴리 때 재생된 ‘청미장’과 ‘콩집’에서, 광주의 음식문화와 폴리를 연결하는 프로그램 ‘광주폴리X로컬식경’을 시작했다. “지역소멸, 토종씨앗 소멸, 청년 소멸 등의 문제점을, 지역도시에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실사례를 통해 해석하고 제안하여 도시 재생의 새로운 이동을 꾀하고 싶다”는 프로젝트 담당자 장한별의 이야기는 도시의 잠재성을 발견하고 재건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보여준다.

그는 연구자들과 함께 지역의 대표음식 선정 방식에 새롭게 접근하여, 광주음식의 주요 식재료인 ‘콩’과 ‘들깨’에 주목했다. 광주폴리에서 이를 인문적 자산으로 전환하여 소개하고 콩과 들깨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려 한다. 도시를 재건하는 또 하나의 선택은 이렇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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