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게임

2022.02.19 03:00 입력 2022.02.19 03:02 수정

에리카 베크만, Reach Capacity, 2020 ⓒEricka Beckman (사진제공) M-Museum Leuven

에리카 베크만, Reach Capacity, 2020 ⓒEricka Beckman (사진제공) M-Museum Leuven

보드게임 모노폴리나 부루마블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게임 위의 세계는 실제 세계의 축소판처럼 작동한다. 좋은 땅은 돈 많은 자의 차지가 되고, 돈은 당연한 듯 돈이 있는 자에게만 흘러들어간다. 게임의 초반, 참여자가 발휘하는 자산운용 전략은 능력보다 운에 기대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정말 자본주의의 생리라면, 우리는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자조적인 말을 내뱉으며 게임판을 덮었던 기억이 있다.

독과점의 세계를 실감나게 가르쳐주는 이 게임들의 원형은 1904년 리지 매기가 개발한 ‘집주인 게임’이다. 하지만 리지 매기가 게임으로 가르치고 싶었던 것은 오히려 독과점의 위험성이었다. 그는 집주인이 임대료 수입을 통해 부를 쌓는 원리를 경험하는 게임 참여자들, 특히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이 구조를 의심하도록 게임을 디자인했다. 그는 어린이들이 이런 경제구조 원리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해나가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랐다.

대중문화, 만화, 뮤지컬, 텔레비전 스포츠 게임의 언어들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작품 안에서 자본주의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시해온 작가 에리카 베크만은 리지 매기의 보드게임을 모티브로 작품 ‘Reach Capacity’를 설계했다.

“나는 관객들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느끼기를 바란다.” 폭발하는 뉴욕 부동산시장을 경험한 작가는 투기적인 건설프로젝트의 면면을 작품 안에 녹였다. 작품 안에서 개발자는 건물을 세워나간다. 이렇게 개발되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열기가 작품 안에 녹아든다. 그러나 작가는 이 세계의 경제구조가 독과점을 가로막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만들었다. 현실과 다른 세계가 우리를 각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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