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더 바로 세우기

2022.03.30 03:00 입력 2022.03.30 03:03 수정

지난해 스웨덴에서 첫 여성 총리가 선출되면서 북유럽 4개국(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은 여성 총리 시대를 맞았다. 지난해 10월 노르웨이의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가 퇴임하면서 모든 북유럽 국가들의 총리가 여성인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여성 정치인의 약진이 도드라졌던 2021년은 북유럽 정치에 있어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여성의 높은 노동시장 참여율과 성평등한 문화로 잘 알려져 있는 스웨덴의 국가 이미지와 달리 스웨덴의 여성 총리 배출은 다소 늦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은 지금까지 여성이 총리직에 오른 적이 두 번 이상 있지만, 스웨덴은 여성 총리 선출에 계속 실패했다. 따라서 이번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 선출은 스웨덴의 마지막 남은 유리천장 깨기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안데르손 총리는 내각을 남녀 동수에 가깝게 구성하고 최초로 트랜스젠더 여성을 교육장관에 지명하는 등 정치 영역에서의 또 다른 유리천장인 젠더 다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유럽의 여성 총리들은 어떻게 정치권에서 성장하고,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을까? 우선 북유럽 국가들의 성평등한 제도적 환경을 꼽을 수 있다. 남녀 모두 사용 가능하며 소득대체율과 기간 또한 관대한 육아휴직, 성별 간 적은 임금격차, 차별방지법 등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독려하는 사회 분위기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특히 정계에서는 1970년대부터 자발적으로 시작된 각 정당의 남녀 동수 할당제 도입으로 여성 정치인의 진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현재 북유럽 국가들의 여성 의원 비율은 40~5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현재 연정을 구성한 5개 정당의 대표가 모두 여성일 정도로 여성 정치인이 대세가 되었다.

두번째로 여성 청년 정치인 양성에 적극 나서는 북유럽 정당들의 노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총리로 선출된 북유럽의 여성 정치인들은 청년 시기에 정당에 가입해 정당에서 제공하는 청년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정당에 몸담으며 정당의 가치와 문화를 몸소 익히고, 정책 개발에 참여하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인의 가정 환경, 교육 수준, 사생활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가치,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도 여성의 정계 진출과 여성 총리 탄생에 도움이 되었다.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는 성소수자 가정에서 자랐으며, 솔베르그 전 노르웨이 총리는 난독증이 있었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혼 경력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 대선 국면에서 볼 수 있었던 후보의 사생활, 자라온 배경 등에 대한 도 넘는 비난과 조롱을 생각해보면 정치인에 대한 북유럽 사회 구성원들의 평가 기준이 우리와 다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여성 리더들의 등장이 조금씩 눈에 띄고 있다. 하지만 여성 리더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진 이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북유럽의 사례처럼 오래도록 한 분야에서 다음 세대 여성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여성 리더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대표성 확대를 위한 제도적 환경, 여성 리더들을 위한 조직 내 장기적인 교육, 여성 리더의 배경이나 환경보다 능력에 더 관심을 갖는 대중의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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