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타령

2022.04.21 03:00 입력 2022.04.21 03:02 수정

[임의진의 시골편지] 돈타령

1930년대 가수 남일연이 감칠나게 부른 노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거리에 핀 꽃이라 푸대접 마오. 마음은 푸른 하늘 흰구름 같소. 짓궂은 비바람에 고달파 운다. 사랑에 속았다오~ 돈에 울었소~” 장대비처럼 처절하게 불러 재낀다. 그러다가 팔십년대 지하 서클에서 불린 ‘돈타령’이 또 대를 이었지. “돈돈돈 돈에 돈돈 악마의 금전. 갑돌이하고 갑순이하고 서로 만나서 둘이둘이 사랑하다 못살겠거든 맑고 푸른 한강수에 풍덩 빠져서 나는 죽어 화초가 되고 너는 죽어 훨훨 날으는 벌나비 되어 내년 삼월 춘삼월에 꽃피고 새가 울 때 당신 품에 안기거든 난 줄 아시오.” 이런 노래를 배우던 지하조직이 간혹 있었다. 안기부와 공안 검찰이 만든 지하조직이나 서울지하철공사 같은 엄청난 규모의 지하조직은 관두고 냅두고 고작 노래를 부르는 청년들을 붙잡아설랑 물을 먹이고 전기도 먹이고 그랬다지. 아마 노래를 잘 부르도록 돌팔이 의사 요원의 특별한 처방이 아니었을까 의심.

옛날깐날 돈과 담을 쌓고 산 료칸 스님은 구가미산 기슭에 움막을 짓고 살았다. 하루는 시상이 떠올라 붓을 들었지. “내 산막은 캄캄한 숲속 가장자리. 초록 담쟁이넝쿨이 해마다 죽죽 길어지네. 인기척이라고는 고작 나무꾼이 부르는 노래뿐. 해가 떠서 빛을 밝히면 나는 해진 옷을 바느질한다오. 그리고 달밤이면 선시를 읽지. 나는 깨달아 전해줄 뭣도 말주변도 없소. 다만 그대들이 조른다면 한마디야 해줄 수 있소. 부디 지나친 욕심을 부리며 살지 말라고….”

도덕경에도 이르길 ‘만족한 자가 곧 부자다’라고 했다. 만족이 없는 사람들의 ‘말달리자! 열풍’이 분란을 자꾸 일으킨다. 살을 빼겠다고 승마 클럽에 들어갔는데, 죄 없는 말만 살이 쑥 빠지는 현상.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콧구멍에 고춧가루 붓고, 물과 전기 고문의 시대가 반복될까. 법조인들이 검은돈을 만지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겐 죄인 표딱지를 붙이고 있다. 돈돈 악마의 금전에 영혼을 내다 판 이들의 욕심이란 정말 끝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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