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자료 말고 변화된 정책과 예산으로 말하라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경향신문 사이 에너지바우처 예산에 관한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정부는 2023년도 에너지바우처 예산을 작년 지출 대비 400억원가량 삭감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바우처 대상 가구도 줄어든다는 경향신문의 보도에 정부는 올해 예산이 지난해 본예산보다 인상된 규모이며 가구당 지원 단가는 늘어났다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산업부의 이 해명은 합당할까? 지난해 정부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가격 인상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종래 87만가구에 지급하려던 것을 117만가구에 지급했다. 2023년 에너지바우처 대상 가구는 85만가구로 다시 줄어든다. 늘어났다는 지원금은 얼마일까? 기초생활수급가구 중 가장 많은 1인 가구를 기준으로 볼 때 하절기, 동절기로 나누어 지급받을 수 있는 에너지바우처의 총액은 13만7200원에서 14만8100원으로 1만900원 인상됐다. 여름 바우처가 7월에 지급되고 겨울 바우처를 4월까지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인상액은 한 달 평균 1090원이다. 에너지바우처는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도 장애인, 노인, 아동 등 일부 가구에만 지급된다. 만약 이 제도가 이렇게 일부에게만 지급되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더 주목받는 제도였다면 산업부의 해명자료는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적정 에너지는 에너지 비용 보조만으로 보장할 수 없다. 고시원, 쪽방처럼 에너지 지원금이 소용없는 주거지부터 냉난방기 효율이 떨어지는 낡은 주택에 사는 사람에게는 에너지 비용뿐만 아니라 적절한 집이 필요하다. 한편 에너지 비용 폭등은 수급 가구뿐만 아니라 빈곤선 경계 소득 가구와 소득 대비 필수지출이 빠듯한 모든 시민의 문제다. 현재 에너지바우처만으로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인상에 따른 정부의 대책은 기존 지출보다 현저히 줄어든 예산 편성이었다. 이는 제대로 된 대책이 아니다. 혹한과 폭등한 에너지 가격을 오롯이 견뎌야 하는 것은 통계 속 숫자가 아니라 실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어려움과는 다른 파격적인 혜택도 있었다. 산업부가 1만900원의 에너지바우처 인상을 발표한 시기에 들은 또 다른 뉴스다. 김용민 의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SK를 비롯한 10대 대기업들은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보다 더 저렴한 요금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지난 5년간 총 4조2000억원의 혜택을 받았다.

산업부는 며칠 전 동절기 에너지바우처를 가구당 평균 7000원 추가 인상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가구별 평균 지원단가만 밝혀서 정확히 얼마 인상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의 제도와 예산으로는 폭등하는 생활물가에 괴로워하는 시민의 삶을 지킬 수 없다는 점이다. 해명자료가 아니라 변화하는 정책과 예산으로 응답하라.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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