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토종 재생에너지는 왜 LNG 가격에 휘둘리나

[김경식의 이세계(ESG)] 순토종 재생에너지는 왜 LNG 가격에 휘둘리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공개한 ‘2023년 전력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3년간 세계 전력수요는 연평균 3%가량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보고서의 특이점은 향후 3년 동안 추가 전력 수요의 평균 90% 이상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충당하는 것으로 예측했다는 것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량이 늘어나는 것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자립)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원자력 발전은 발전원가가 국제에너지 가격과 관계없이 안정적이라는 점도 있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재생에너지는 더 많은 장점이 있다. 우선 무탄소·무연료·무방사능이다. 따라서 국제에너지 가격은 물론 환율 영향도 받을 필요가 없는 순 토종 에너지다. 단점으로는 발전량이 일기에 영향을 받다보니 간헐적이고 변동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들이 이미 재생에너지 전기 가격이 화석에너지 전기 가격보다 싸게 되는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했다. 따라서 이들 나라는 사용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도 달성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균등화 발전단가(LCOE)가 점점 싸지고 있다. 2021년 kWh당 LCOE(20MW 기준)를 보면 지상태양광은 123.4원으로 전년 대비 9%나 싸졌고, 육상풍력 발전단가는 164.0원으로 전년 대비 2% 정도 싸졌다.(에너지경제연구원 기본연구 21~24) 발전단가에 송배전 원가 14원, 영업비용 3원을 더하면 판매단가는 지상태양광 140원선, 육상풍력 180원선이 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문제 많은 SMP제도 없애지 못해

2022년 한국전력은 약 30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유인즉 국제 연료가격(LNG) 상승으로 도매가격(SMP)은 급등하는데 소비자가격은 동결되어 그 갭을 고스란히 한전이 부담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SMP(System Marginal Price 계통한계가격)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전력산업 민영화를 전제로 2001년 도입한 제도다. 한국전력의 발전 부문을 6개 사로 분할하고 전력거래소를 개설했다. 전력거래 방법은 발전원가를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눈 다음, 고정비는 사전에 평가한 금액으로 지급하고 변동비는 발전 하루 전 결정한 시간대별 발전계획에 따라 지급한다. 문제는 변동비가 가장 싼 발전기부터 가동을 하는데 매 시간대별 가장 늦게 가동한 발전기(변동비가 가장 비싼 발전기)의 변동비가 SMP가 된다는 점이다.

2000년 당시 발전연료별 변동비(원/kWh)는 원자력 4원, 석탄 13원, 유류 52원, LNG 87원이었다. 어떤 시간에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LNG발전기를 마지막으로 가동하면 그 전부터 발전한 모든 발전기에도 87원을 준다. 그러면 원자력은 83원, 석탄은 74원, 유류는 35원의 횡재(windfall)를 갖게 된다. 2021년의 경우 가장 비싼 LNG 발전이 SMP의 90.2%를 결정했다. 이는 횡재가 늘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제도는 1990년 전력산업을 민영화한 영국에서 도입했는데, 당시 영국은 자국 내에서 원자력, 석탄, 석유, LNG가 다 생산되므로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균형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영국도 이 제도의 문제점이 많아 2001년 폐지를 했다. 그런데 우리는 2001년 이 제도를 도입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문제가 많음에도 근본적인 개폐(改廢)를 못하고 계속해서 수정·보완만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전 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석탄 발전사에 횡재가 몰리다보니 2008년에 이들의 이익을 강제로 빼앗는 정산조정계수를 도입했다.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가격이 급등하자 SMP가 290원까지 올라가 발전사 이익을 환수하는 SMP 상한제를 도입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삼척블루파워와 삼성물산의 강릉에코파워도 이러한 횡재 시스템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문제는 또 있다. 발전 하루 전 SMP가 결정되었는데, 다음날 실제 발전과 차질이 생겨 보상해준 돈이 2019년의 경우 1조2500억원이나 되었다. 이 금액도 앞으로 이런저런 명분을 만들어 줄일 계획이다. 이렇듯 시장을 만들어 놓고 반(反)시장 행위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기위 미약하고 시장 감시 취약

더 큰 문제는 순수 토종 발전인 재생에너지 가격도 SMP와 연동되어 있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RPS(대규모 전력 생산자의 재생에너지 의무 생산량)와 PPA(한전을 통한 재생에너지 거래 계약)인데, 두 제도 모두 가격이 SMP에 각종 부대 비용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결정되고 있다. RPS 해당 발전사는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전기를 REC(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입해서 충당한다. 1RPS 가격은 ‘SMP+1REC’로 구성된다. 또한 기업은 RE100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PPA를 이용하게 되는데, PPA 가격은 ‘계약단가+망이용료+전력산업기반기금+제비용’이 된다. 이때 계약단가는 ‘SMP+REC’가 기준이 되고, 망이용료는 한전의 기존 비용보다 2배 가까이 비싸게 부과된다. 이렇게 불안정한 SMP에 연계되고 다양한 부대비용으로 재생에너지 가격은 실제보다 너무 비싸지게 된다.

이렇듯 문제 많은 SMP제도가 전력시장의 가격결정 원리로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도 도입의 전제인 발전 민영화에 대한 미련 때문은 아닐 것이다. 우선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전기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위원회의 존재 목적은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공정한 경쟁질서 조성에 있다.(전기사업법 제56조) 다음으로 시장 감시자가 없다. 담당 공무원과 국회 상임위는 2년마다 교체되니 굳이 나설 필요도 없다. 이런 가운데 복잡한 제도를 오히려 고수익 기회로 이용하는 참가자들은 늘고 있다. 결국 시민단체가 철저하게 분석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혁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구호는 ‘제도’로 완성되어야 의미가 있다. 재생에너지는 분명히, 확실히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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