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자 온라인 괴롭힘, 사회적 대응구조 절실하다

2023.12.10 20:44 입력 2023.12.10 20:45 수정

202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여성기자 온라인 괴롭힘에 관한 저널리즘 사회학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여성·성소수자 등 기자 정체성에 따라, 그리고 젠더·정치 및 법조 등 기사 주제에 따라 온라인 괴롭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다. 유네스코에서도 지난 3년간 “The Chilling(섬뜩한)”이라는 표제로 여성기자를 향한 온라인 괴롭힘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축 효과’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이들 보고서는 여성기자에게 더 많이 가해지는 온라인 폭력이 어떻게 오프라인 폭력으로 이어지는지와, 이에 따라 언론인이 자기 검열을 하게 돼 보도의 자유가 축소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저속한 욕설 유통을 막아야 한다는 수준에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론 형성을 막는, 민주주의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

자신의 신념이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취재 내용을 가짜 뉴스나 편파 기사로 몰아 기자를 비난하는 행위가 일상화됐다. 최근 게임업체 넥슨이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에 반페미니즘에 근거하여 부당한 압력을 가한 사건에 있어서도 관련 기사를 출고한 기자들에 대한 온라인 공격이 극심하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온라인 공격에 대한 대응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기자의 경우 메일 계정이 공개되고 별도의 SNS를 운영하기도 해 더 쉽게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모욕죄 고소 등을 적용할 수 있으나, 이 과정이 개인이 감당하기에 쉽지 않은 데다 개별적 고소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현재의 모욕죄는 ‘욕설’을 기반으로 하기에 교묘히 비틀어 괴롭히는 표현은 적용되지 않고, 온라인 폭력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도 적다.

이러한 공격을 ‘가짜뉴스’로 정당화하는 시도도 문제적이다.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정보에 대한 사고 자체를 거부하면서 대안 현실을 구성한 사람들이 취재를 거쳐 생산된 뉴스는 가짜라 비난하고, 취재 없이 온라인 커뮤니티 목소리를 그대로 유통시키는 기사만 팩트라 주장하는 일이 반복되기에 기자들이 무력감을 느끼게 되고 관련 취재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사회적 공론이 왜곡되는 일이 생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및 유네스코에서 작성한 보고서는 기자에 대한 온라인 폭력이 만연하게 된 현상의 책임은 언론사와 플랫폼에 있다고 지적한다. 플랫폼이 자사 기술을 이용하는 온라인 공격을 방치하고 있고, 언론사도 문제가 발생하면 기자 개인이 감당하도록 할 뿐 아니라 이러한 공격은 기사가 주목도를 얻은 결과이니 감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구에서 온라인 극단주의 커뮤니티 문제를 경계하는 것은 온라인 극단주의 커뮤니티에서 특정한 신념을 학습하고 이를 물리적 폭력으로 연결시키는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서이다. 이번 넥슨 사건에서 기자회견을 주도한 한국여성민우회에 대한 온라인 공격은 물론 사무실에 방문하여 위협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나, 편의점 여성 노동자에 대한 여성혐오 폭행 사건 등을 보자면 이러한 우려는 결코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제도적 수준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우선은 언론사 내부에서부터 젠더와 인권, 정치 주제를 다루는 기자들에 대한 조직적 보호 조치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온라인 폭력 가해자들은 공격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에 효능감을 느끼므로 개별 기자가 이에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효능감 요인이 되기도 한다. 언론사 차원에서의 위기 대응과 기자에 대한 회복 지원이 보장되어야 관련 취재/보도가 가능하고 사회적 공론을 위한 자원을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기업의 규제를 촉구하고 온라인 공격에 대한 단호한 사회적 대응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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