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으로 함께 밥 먹는 자리에서 한 젊은 기자가 물었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보도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결과적으로 이미 공익성은 달성한 것 아닌가요?”라고 답했다. 김 여사가 불법 가능성이 큰 고가의 선물을 받았고, 김 여사의 활동에 공적 관리가 부실하다는 정황을 드러내 고칠 기회를 준 점이 바로 그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아쉬운 점”이 있다고 답했다. 취재방식의 문제는 공익성으로 상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익을 위해선 모든 방식이 가능할까? 그 기자에게 마무리하지 못한 이야기를 지금 하려 한다.
저널리즘 기본 원칙을 어기는 보도 방식을 수용할지는 일반적으로 공리주의적 패러다임을 적용한다. 잃은 것에 비해 얻을 것이 많다면, 적은 희생으로 다수를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자는 게 공리주의다. 기자들은 정치인 등 전문 직업인의 거짓말에 엄격한 편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행하는 취재 목적의 거짓말엔 그렇지 않다. 인권, 자유, 평등의 칸트주의적 절대 도덕을 추구하는 저널리즘이 취재방법에는 결과중심주의를 채택하는 게 아이러니하다. 언론의 생명인 신뢰성 유지를 위해 공리주의적 가치판단은 극히 조심스러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안의 맥락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당연히 최우선 조건은, 피해에 비해 공익이 현저히 커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아무리 공익이 커도 정당한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택해야 한다. 셋째로, 다른 방법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신뢰성이나 영향력이 제한될 때 부득불 사용할 수 있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 보도에서 최서원씨의 작업 현장 영상은 없고 증언만 있었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주장과 반론이 오가는 정파적 사안으로 끝나버리고 말았을지 모른다. 큰 권력에 대한 폭로일수록 이른바 ‘빼박’ 증거가 불가피하다. 넷째로, 대중의 알 권리는 그 자체로 공익이 아니다. 공적 가치가 크지 않은 호기심도 많다. 끝으로, 결과적으로 아무리 공익적이어도 이른바 낚시질이라고 해서 일단 속인 후 예상치 못한 대어를 낚는 짓을 금해야 한다. 확인할 명확한 의혹도 없이 거짓으로 접근해 함정에 빠진 사람의 말과 행동의 문제점을 즉흥적으로 찾아내려는 것은 저널리즘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비공익적인 일이다.
취재방식의 정당성 논란의 대표적 사례가 1992년 미국 슈퍼마켓 체인 ‘푸드 라이언’ 보도 사건이다. 이 업체의 비위생 상태를 폭로하기 위해 ABC 방송 취재진은 이력서 등을 위조해 직원으로 위장 취업한 뒤 몰래카메라 영상을 방송했다. 이 중 일부는 연출된 것으로 의심받았다. 푸드 라이언 측은 ABC를 명예훼손이 아닌 주거침입으로 고소했다. ABC 측은 상대가 내용의 진실성이 아닌 취재방법을 문제 삼으려는 것으로,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형적 물타기 전략이라 비판했다(한국 검찰이 김 여사 영상을 촬영한 최재영 목사에게 적용한 혐의도 주거침입이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잠입취재의 필요성이었다. 취재진은 이미 푸드 라이언의 비위생적 관행을 증언할 주요 정보원 20여명의 인터뷰를 확보한 상태였다. 다만, 생생한 현장 화면 없이 이런 증언만으로 텔레비전 뉴스를 만들었다면 폭로 효과는 약했을 것이다. 결국, 법원은 ABC 제작진의 주거침입과 직원으로서의 충성 의무 위반 혐의로 각각 1달러씩, 벌금 총액 2달러를 선고했다. 공익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당한 취재방식의 중요성을 일깨운 절묘한 판결이었다.
파장과는 별도로, 이번 디올백 보도 사례도 취재방식에 대해 논의해볼 만한 좋은 기회다. 기자들 스스로 토론을 통해 실용적 이해를 얻길 바란다. 아울러, 실제 사안마다의 맥락과 기자 개인과 세대마다의 가치관과 관행이 다르므로 취재 전후 치열한 집단토의를 통한 전문성의 발현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