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기존의 약 3000명에서 2000명을 더 늘려 5000명으로 하겠다고 발표하여 나라 전체가 시끄럽고 심각한 의료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데다 필수 진료과의 의료진 부족 문제와 지역 의료 문제 등으로 의사 증원에 대한 당위성이 존재하다 보니 자신 있게 이것을 밀고 나가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시기에 갑자기 발표하게 되었는지, 과연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적당한 건지, 의사 증원으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대책이 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이 든다. 이 사안에 대해 할 이야기는 많지만 여기서는 당장 염려되는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의사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일

첫째, 의사가 증원되면 국민 전체가 지불해야 할 의료비는 늘어난다. 의료비 총액은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도 있었고 그 말을 지지하는 언론의 글도 읽었지만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의사 증원에 따라 의사들의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도 적은 데다 각각의 의사에게는 그들의 월급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시설과 장비에 대한 비용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대로 의사들의 평균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면 그동안 조금씩이나마 줄고 있던 과잉 치료와 부당 치료가 다시 성행하게 될지도 모른다. 비급여 치료가 더 확대될지도 모르고, 매달 의료보험비로 30만원씩을 내던 사람이 50만원씩 내게 될지도 모른다. 최소한의 증원만으로 필수 진료과와 지역 의료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둘째,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수도 있다. 매년 의약계로 가는 인재가 2000명 정도 늘어난다고 해도 이공계 인재 수급에 큰 지장이 있겠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쏠림 현상이 강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수재들은 으레 의대로 진학한다는 풍토가 굳어질 수도 있다. 설사 의대 쏠림 현상이 더 커지지는 않더라도 요즘의 신생아 수는 20년 전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20년 후에는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진학 비율은 자연스럽게 2배가 된다.

나는 의사와 변호사는 마땅히 돈을 잘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할 뿐 아니라 그들은 아주 중요한 일을 맡고 있다. 그런데 그 외에도 주목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사는 매일 병을 앓는 사람들과 그들의 보호자를 대해야 한다. 매일 아픈 사람을 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들 자신이 의식하든 못하든 평생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숫자만 늘리는 건 부작용만 양산

법조인들은 평생 사람들의 범죄와 다툼의 세계에서 일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곳에서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비록 높은 지위와 특권을 누릴 수는 있지만 결국 범죄와 증오의 세계에서 일하는 그들에게 이 세상은 아름답고 순수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그만큼의 금전적인 보상이라도 있어야 한다. 의사와 변호사는 아픈 자, 곤경에 빠진 자들을 구해주는 좋은 일을 한다. 그들의 높은 지위와 수입을 시기할 필요가 없다. 무작정 숫자를 늘려 손쉽고 값싼 의료 서비스와 법률 서비스를 얻고자 하는 것은 부작용만 양산할 뿐 실효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변호사 수는 지난 10년 새 3배로 늘었다. 이는 결국 법률시장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의 삶 속에 변호사와 법원의 개입이 확대될수록 우리의 행복지수는 감소하게 되는 법이다.

최고의 수재들이 의대에 몰리는 주요 이유가 의사들의 직업 안정과 높은 수입 때문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그런 이유와 상관없이 그냥 ‘의대에 진학할 만큼 공부를 잘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대에 진학하고 있다. 의대에 진학해도 될 정도의 성적인데 그냥 이공계열로 진학한다면 성적이 아깝다고 여기는 부모와 학생들이 많다.

나는 학창 시절에 문과 성향이 강했다. 책 읽기를 좋아했고 문학, 철학, 역사, 종교 등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막연히 문과로 진학해 당시 현직 판사이던 선친처럼 되기 위해 법대로 가야 하나 생각했다. 그런데 선친은 뜻밖에도 “앞으로는 이공계 전문가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며 이공계 진학을 권하셨다. 그게 꼭 50년 전의 일이다. 그동안 나는 수학자로서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아왔기에 그때 그렇게 조언해준 선친에게 깊이 감사한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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