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월호가 불러온 평형수에 대한 오해

2017.04.11 21:14 입력 2017.04.11 21:15 수정
박치모 | 울산대 교수·조선해양공학부

304명의 희생자를 내며 그 가족은 물론 온 국민에게 상처를 안긴 세월호가 3년의 기다림 끝에 인양되면서 실종자 수습과 침몰 원인 규명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세월호 침몰의 주원인으로 거론되어온 것이 ‘화물과적 상태에서의 평형수 부족’인데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평형수라는 용어에 대한 친숙감과 오해를 동시에 얻게 되었다. 일부 언론은 ‘화물과적 상태에서의 평형수 부족’이라는 비정상적 특이 현상을 일반화하여 ‘세월호 침몰 이후에도 많은 선박들이 화물을 조금이라도 더 실으려고 평형수를 줄이고 운항하는데 규제가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마치 화물만재 시에도 다량의 평형수를 채우는 것이 원칙인 것처럼 말이다.

[기고]세월호가 불러온 평형수에 대한 오해

이런 오해의 해소에는 선박 평형수의 기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선박은 원래 화물을 많이 싣도록 가볍게 만들어져서 화물이 없는 경하 상태에서는 매우 낮은 흘수(선박의 물에 잠긴 부분의 깊이)로 뜨고 화물을 충분히 실으면 만재흘수선까지 잠기는 원리로 작동되는 것이다. 이때 경하 상태에서는 너무 낮은 흘수로 프로펠러가 일부 노출되어 추진이 어려우므로 흘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평형수를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화물을 실을 때에는 최대한 많이 싣기 위해 평형수를 배출하는 것이 원칙이고 선박은 이 상태에서도 충분한 복원력을 갖도록 설계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객선, 컨테이너선 등의 선박에서 화물배치 상태에 따라 소량의 평형수를 탑재하는 경우가 수시로 발생하는데, 이때에도 결국은 평형수의 양만큼 화물이 덜 실리는 것이므로 항상 효율적인 화물배치를 통해 평형수 탑재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월호는 무엇이 문제였는가? 원래 이 선박은 최대 화물적재량이 2500t이었는데 여객 117명을 더 태우기 위해 객실을 증설함으로써 선박의 무게중심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복원성이 악화되어, 최대 화물적재량을 원래의 2500t에서 1070t으로 대폭 줄이고 그 대신 평형수를 1700t 채우는 비상식적인 특정 조건하에서만 복원성을 만족하는 기형의 선박으로 개조된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에 의하면 1430t의 화물적재 감소로 인한 운임 손실이 추가 여객 117명으로 인한 수입 증가보다 비교도 안되게 크다 하니 객실 증설에 비용을 들이고 복원성은 나빠지고 운항수입은 감소하게 되었는데 선급(선박검사 기관)은 앞서 언급한 특정 조건을 붙여 이 선박의 개조를 승인한 것이다. 그러면 세월호 선사는 왜 이렇게 손해 되는 쪽으로 선박을 개조하는 길을 택한 것일까? 객실 증설 시도는 추가 공간 확보가 곧 소득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단견에서 나온 듯하고, 이후엔 승인 취득 자체에 진력하면서 선급이 제시한 승인조건의 중대성을 간과한 것으로 짐작된다.

인양과 함께 사고 원인 규명의 일환으로 평형수와 세월호 침몰의 연관성 조사가 추진될 것이다. 그러나 평형수 부족이 세월호 침몰의 원인으로 판명된다 해도 이는 세월호에 국한된 당일의 사고 요인일 뿐 여타 정상 선박의 안전문제와는 무관하다. 그러니 선박 전반의 근본적인 안전대책은 세월호에서와 같은 불합리한 선박 개조행위 자체를 차단하는 것인데, 이러한 인식도 결국 평형수에 대한 바른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평형수에 대한 잘못된 비유적 표현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간 속도만 중시하며 평형수를 빼고 달려온 우리 사회’가 그 일례다. 선박이 화물 운반 시 평형수는 원래 빼고 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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