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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와이어’로 보는 마약과의 술래잡기

2022.12.13 03:00 입력 2022.12.13 03:03 수정
권초희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재학

미국 드라마 <와이어>는 볼티모어에서 일어나는 범죄와 갱과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극 중 에이본 박스데일(우드 헤리스)이라는 인물은 갱의 우두머리로, 프랭클린 테라스에서 7개 건물 중 5개를 통제하며 그 5개의 건물에서 마약을 거래한다. 심지어 뒷골목까지도 박스데일의 관할 내에 있다. 이 사실을 누구나 알지만 묵인한다. 그렇게 박스데일은 마약을 통해 권력자가 된다. 경찰은 이런 그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각종 모략과 술수에 능한 자를 잡기란 쉽지 않다.

권초희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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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와이어>와 같은 일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약 청정국이라 불렸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에도 급속도로 마약이 퍼져나가고 있으며, 결국 정부는 올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의 한 종류인 펜타닐은 제조도 쉽고 극소량으로도 마약 효과를 볼 수 있는데다 밀반입이 용이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마약 밀반입자를 잡기가 더욱 어렵다.

그런데 마약 투약자를 잡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최근 마약 투약자들이 적발되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마약을 많이 하는 연령대는 20~30대로 젊은층들이다. 사회의 일꾼들이 일터가 아닌 감옥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마약 투약자는 감옥에 가두어야 하는 범죄자인가 아니면 치료가 필요한 환자인가가 지금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하는 난제 중 하나가 되었다.

<와이어>의 캐릭터 중 경찰인 지미 맥널티(도미닉 웨스트)처럼 우리나라 경찰들 또한 성과 올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경찰들은 마약 사범을 많이 잡지만 검거 후 사후 대책은 없는 갈택이어(竭澤而漁·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는다)의 모습 또한 보인다. KBS <시사직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고작 21곳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21곳 중 마약 관련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단 두 곳밖에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에 예산의 한계를 실토한다.

마약 투약자들을 잡아들이기만 하는 성과지향적인 모습만 보인다면 마약과의 전쟁은 끝이 없을 것이다. 미국의 필라델피아에 있는 켄싱턴 애비뉴는 일명 ‘좀비타운’이라고 불린다. 마약을 끊지 못하는 이들이 모여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망가질 대로 망가져 좀비처럼 걷기 때문이다.

마약은 한번 접하면 끊기 어려운 위험한 물질이기 때문에 골든타임에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마약범을 잡는다고 해도 제대로 된 치료시설이 없다면 ‘코리아 좀비타운’이 생기는 것은 일탄지(一彈指·손가락을 한 번 퉁기는 정도의 몹시 짧은 시간)이다.

과거 중국의 아편전쟁과 현재 미국이 겪는 마약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다시 마약 청정국이라는 명성을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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