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직 먼 ‘정신문명 건설’

2007.06.17 18:20

#1. 지난 12일 오전, 지방 취재를 떠날 때다. 베이징(北京) 셔우두(首都)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하이난(海南)항공 카운터에 줄을 섰다. 이 때, 30대로 보이는 남성 2명이 느닷없이 새치기를 한 뒤 탑승권을 먼저 끊으려 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흥분을 참지 못해 “왜 새치기를 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이들은 “맨 앞에 있는 사람에게 양해를 구했다”며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다. 이는 거짓말이었다. 그들은 양해를 구한 적이 없었다. 흥분한 일행은 화를 가라앉히지 못한 채 항공사 직원에게 “새치기한 사람에게 먼저 표를 끊어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야단쳤다. 직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새치기한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느냐”며 도리어 큰 소리를 쳤다. 시간이 갈수록 따지던 쪽이 초조해졌다. 탑승 시간이 다가오는데 쓸데없는 승강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양보하는 수밖에 없었다. 새치기한 인사들은 탑승권을 손에 쥔 다음 의기양양하게 카운터를 떠났다.

#2. 기자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워낙 규모가 작아서 자동차 출입을 막고 있다. 소방차나 긴급 이송차량이 아니면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주차를 하려면 아파트 밖이나 지하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어쩌다 창밖을 내려다보면 기가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파트 밖 주차장에 제대로 주차를 시키지 않고 주차장 옆 보도블록 위에 주차시켜 힘들게 깐 보도블록을 박살내는 자동차들이 적지 않다. 아파트 잔디밭은 ‘개들의 천국’이다. 상당수 개주인들은 개가 ‘실례’를 해도 분뇨를 제때 치우지 않는다. 일부 주민들은 잔디밭을 오가면서 휴대전화를 하거나 축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옆에 있어도 전혀 말리지 않는다.

중국의 초고속 경제성장은 세계가 다 아는 바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물질적 성장은 눈부신 반면, 이른바 ‘정신문명 건설’은 아직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국영방송인 CCTV가 공익 광고를 통해 줄서기 등을 부르짖고 있지만 실생활에는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반문명 행위’가 이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일부에서는 중국이 우리의 ‘바른생활’처럼 도덕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단순한 수치의 차이가 아니다. 남을 배려해 주는 마음의 차이다. 중국은 2020년 ‘전면적인 소강(小康)사회 건설’을 꿈꾸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시인 고은은 시 ‘머슴 대길이’에서 ‘사람이 너무 호강하면 저밖에 모른단다. 남하고 사는 세상인데’라고 읊었다. 그렇다. 삶은 남과 더불어 사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는 소소한 어려움은 있을망정 본격적인 고속성장의 추세를 지속할 것이다. 이제는 문명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문명 건설이 경제 건설보다 어려울지 모르겠다.

〈홍인표특파원/ ip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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