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의 입시 이기주의

2005.05.01 18:15

서울대가 2008년 입시부터 논술 비중을 크게 늘리겠다고 밝혀 본고사 부활 우려를 낳고 있다. 수능을 자격고사화해 일절 반영하지 않는 대신 논술·구술 반영률은 현행 20%대에서 60%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2008년 입시부터 내신·수능의 등급제 실시로 변별력이 약화돼 객관적 학생선발 기준으로 삼기에 부적합하다는 게 그 이유다. 내신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실력이 있다면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을 터놓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다분히 특수목적고생 등을 의식한 조치다.

서울대의 이런 방침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내신 비중을 강화한 2008년 대입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특히 논술 비중이 너무 높다. 이것이 필답고사 형태의 본고사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대학입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대학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2008년 대입제도가 변별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각각 9등급으로 나뉜 수능과 내신만으론 합·불합격을 가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교 간 학력 차와 고교에서의 내신성적 부풀리기가 엄존해 내신에 대한 신뢰도 낮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가급적 우수 학생들을 뽑으려는 대학의 노력을 무조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대학 입시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 서울대의 방침은 그와는 반대로 공교육을 해치고 사교육비를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에 이어 다른 대학들도 논술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고교 교육은 다시 비정상적인 ‘논술 광풍’에 휩싸이고, 학원들의 논술 강의가 극성을 부릴 것은 불문가지다.

서울대는 그간 우수학생을 싹쓸이하다시피해 대학의 명망을 유지해 왔다. 이제 우수학생 유치보다는 내실있는 대학교육을 통해 우수 인재 육성과 학문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서울대의 사회적, 교육적 의무다. 고교 교육이야 혼란스러워지든 말든 우수 학생 선발에만 목을 매는 것은 한국에서 이 대학이 차지하는 특수한 위상을 감안할 때 너무도 이기적이다.

서울대는 먼저 2008년 입시 틀 내에서 객관적이고 변별력을 갖춘 전형 요소를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입시제도가 문제 있다며 틀부터 깬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학과목 성적만 좋은 학생을 뜻하는 과거 기준의 우수 학생만 선호하는 자세도 지양해야 한다. 첨단 정보화 시대는 성적뿐 아니라 인성과 창의력을 갖춘 다양한 형태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가 이미 도입한 농어촌 지역 학생 특별 전형은 하나의 바람직한 단초가 될 수 있다.

교육 당국도 서울대에 대해 행·재정적 제재 방침만 되뇔 게 아니다.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라는 ‘3불 정책’의 기계적 고집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측면이 있다.

특히 대학별 고사가 국·영·수 중심의 필답고사가 아니고 창의력과 사고력을 평가하는 것이라면, 그 비중을 좀더 높이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본다. 차제에 변별력을 강화하면서도 공교육을 해치지 않는 입시 제도를 찾기 위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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