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동 성폭력도 좌파 10년 탓이라니

2010.03.17 23:13

한나라당의 안상수 원내대표가 그제 한 보수단체 창립총회에서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교육은 자유민주주의 교육이 아니다”라면서 지난 10년간의 ‘좌편향 교육’으로 법치주의가 무너졌으며 “극악무도한 흉악범죄들, 아동 성폭력 범죄들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비록 ‘법치주의를 강조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지만, 아동 성폭력까지 ‘과거 정권의 교육’ 탓으로 돌린 셈이니 말문이 막힌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이자 법률가라는 이가 어떻게 이런 무모하고 무책임한 말을 할 수 있는가.

사실 한나라당, 특히 안 대표의 ‘좌파 타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안 대표는 현 정권 출범 직후부터 줄곧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좌파 정권 10년으로 규정하고 이를 맹비난하는 데 앞장서 왔다. 그는 초기에 과거 정권이 임명한 공직자들을 자리에서 몰아내기 위해 ‘좌파 청산’을 앞장서 외쳤다. 요즈음에는 대상을 세종시로 옮겼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좌파 정권 10년 동안 세종시 문제를 비롯한 많은 대못을 박아 놨다”면서 ‘대못 뽑기’를 외치고 있다. 이제는 좌파 타령을 아동 성폭력 문제로까지 확대한 셈이다. 이런 얼토당토 않은 논리비약에 수긍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과거 정권의 잘못된 교육 때문에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생겨났으며, 흉악범들이 늘어났다는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저열한 색깔론에 불과하다. 오히려 이명박 정권의 법치주의 훼손 사례는 이루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안 대표에게 묻는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교육정책을 좌파교육으로 규정짓는 이유가 무엇이며, 극악무도한 흉악범, 성폭력 범죄 등이 어떻게 이들 정권의 교육과 관련이 있는지 분명한 근거를 대고 논리적으로 인과관계를 밝혀주길 바란다. 그렇지 못하면 지방선거 등을 겨냥한 정략적 목적으로 김길태 사건까지 이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치인들의 말이 신뢰를 잃은 시대라지만 그래도 최소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안 대표는 그 선을 넘었다. 단순히 선을 넘은 것이 아니라 잘못된 논리로 국민을 호도해 혐오감을 더욱 키웠다. 어떤 의미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지적대로 안 대표의 발언은 성폭력 범죄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안 대표가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안 대표는 파문이 더 이상 확대되기 전에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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