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생 없는 후보 단일화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2012.11.14 21:18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이 어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문 후보 측의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 유불리를 따져 안 후보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 말고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사소한 오해가 없도록 더욱더 만전을 기하겠다”며 협상을 즉각 재개하자고 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첫 협의를 가진 지 하루 만이다.

먼저 원인을 제공한 문 후보 측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 후보는 줄곧 ‘통 크게’를 역설해왔지만 주변 분위기는 달랐던 모양이다. 캠프의 한 전직 의원이 안 캠프의 인사를 인신공격하는가 하면 급기야 한 핵심 인사는 ‘안철수 양보론’까지 제기했다고 한다. 문 후보 측이 뒤늦게 당사자를 캠프에서 배제시켰다고 하나 민주당이 지방 조직을 동원해 노골적으로 문 후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의심해오던 안 후보 측의 격앙된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말이 나온다면 파트너를 존중하는 자세라 할 수 없다. 안 후보 측도 신중한 행동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문 후보나 협상팀도 아닌 주변의 말에 흔들릴 정도의 신뢰도 없이 내실 있는 협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협상 중단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좀 더 고민했어야 한다고 본다. 따질 것은 따지더라도 단일화의 대의에 더욱 충실하게 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양측의 감정싸움은 단일화의 취지만 훼손할 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단일화는 그 자체가 목표일 수 없다. 정권교체와 정치쇄신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단일화는 양측 모두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승부수를 넘어 그 이후를 염두에 둔 결단이어야 한다. 그러한 노력 없이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한 정책연대, 세력통합은 불가능하다. 단일화가 그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상생할 수 없는 후보 단일화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한국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후보 단일화가 용납되는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절반이 넘게 정권교체를 바란다고 답한 국민들의 이해와 관심 덕분이다. 그러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후보등록일(25~26일) 이전 단일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30여일 남은 대선 기간을 단일화 논의만으로 허송할 수는 없다. 단일화 논의의 시간을 가능한 한 줄이고, 본선에 대비해야 한다. 양 진영은 즉각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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