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화를 포기한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결정

2014.07.01 20:28

일본 정부는 어제 임시 각의를 열어 일본이 아닌 외국이 공격을 받더라도 일본국민이 위험에 처할 경우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헌법을 재해석했다. 일본이 공격을 받은 경우만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기존 전수방위 방침을 폐기한 것이다. 일본 헌법은 여전히 전쟁 포기를 분명히 못 박고 있다. 따라서 그걸 바꾸고 싶다면 개헌을 해야 한다. 각의가 ‘해석 변경’이라는 임의적 방법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일본 시민 다수가 집단적 자위권을 반대하고 있다. 해석의 문제로 ‘전쟁할 수 없는 나라’를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꾸는 것은 변칙 개헌이자 정치적 반칙이다.

‘전쟁하지 않는 일본’은 일본의 평화 보장책이자, 경제적 번영의 토대였고, 국제적 위상을 높여주는 명예로운 훈장이었다. 오늘날의 일본을 만든 원천이었다. 교전권의 포기는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본에 날개를 달아주고 영광을 가져다주었다. 반면 교전권 행사는 아시아뿐 아니라 일본도 파괴했다. 이 두 가지의 역사적 사실을 쉽게 잊어서는 안된다. 그게 바로 아베 정권의 이번 결정을 축하해 줄 수 없는 이유이다. 역사적 상처를 아직도 치유하지 못한 이웃 국가로서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무력 사용에 대해 ‘필요 최소한의 실력 행사’로 제한하고 조건도 달았다. 그 때문에 일본이 실제 무력을 행사하는 상황이 쉽게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요즘 동북아는 전례없는 갈등의 회오리에 빨려들어 가고 있고 군사적 긴장도 어느 때보다 높다. 게다가 일본 사회는 우경화하고 있으며, 그런 흐름을 타고 아베 정권은 역사인식 및 영토문제로 주변국과 대립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과거사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주변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맺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집단적 자위권 그 자체도 걱정스럽지만, 그런 결정이 이런 일본 내부의 정치적 맥락과 긴장된 안보 정세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더 우려된다. 그건 동북아 불안을 부추기고 군비 경쟁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우선 주권을 훼손하거나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무력 사용 범위와 절차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사전 동의 없이 한반도 문제에 간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나아가 동북아 안정을 위한 협력 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낸 바도 있다. 그 구상이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일본의 헌법해석 변경은 한국이 평화를 주도하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평화 만들기에 당장 뛰어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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