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관·검사장 친인척 밝히고 로스쿨 합격했다니

2016.05.02 20:48 입력 2016.05.02 20:49 수정

교육부가 최근 3년간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전형 6000여건을 조사한 결과, 합격자 24명이 부모나 친·인척 신상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법관, 검사장, 지방법원장, 법무법인 대표, 시장 등 사회지도층의 가족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전·현직에 관계없이 이 같은 인적사항을 기재했다는 것 자체가 입시의 공정성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교육부는 자기소개서와 합격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지만 그걸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건 로스쿨이 기득권을 대물림하는 ‘현대판 음서제’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도 아니고 판검사 등 예비 법조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09년 도입된 로스쿨이 신뢰의 위기에 처한 이유는 입시제도 자체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를 방치했다. 교육부에 일차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은 전형 요소 및 전형 방법의 종류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방식은 로스쿨에 맡기고 있다. 법학적성시험, 공인 영어성적 등 정량평가와 자기소개서를 포함한 서류심사, 면접 등 정성평가 두 가지가 있지만 정성평가 비중이 높다. 자기소개서에 부모와 친·인척 신상 기재 원칙도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고위층 자녀의 로스쿨 특혜입학 의혹이 끊이지 않았지만 교육부는 한 차례도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사법시험 존폐 논란과 함께 새정치연합 신기남 의원이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려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조사에 나섰을 뿐이다.

총선 등을 이유로 발표를 미뤄온 교육부 행태를 보면 로스쿨의 썩은 환부를 도려낼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로스쿨의 한 해 정원이 2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교육부는 자기소개서 개선, 정량·정성적 평가 요소의 실질 반영비율 공개, 서류 및 면접심사의 공정성 강화 방안 등을 추진키로 했지만 각종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게 우선이다. 그동안 사회지도층 자녀가 주요 평가 항목의 점수를 어떻게 받았는지 밝혀야 하며 필요하다면 감사원이 나서야 한다.

파장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덮고 가려 한다면 로스쿨은 더 큰 존폐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로스쿨 입시에서 정성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큰 방향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만큼 로스쿨 폐지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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