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태섭 탈당 부른 민주당의 오만과 편협, 가벼이 봐선 안 돼

2020.10.21 20:42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당의 징계를 받았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결국 탈당했다. 징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 새 지도부가 들어선 지 2개월이 지나도록 당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자 항의의 뜻으로 탈당을 선택한 것이다. 금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며 174석 거대여당의 오만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금 전 의원 탈당을 당내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경고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의원 개인의 소신에 대한 시대착오적 징계는 금 전 의원 탈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금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공수처법 표결 때 찬성 당론을 따르지 않고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지난 5월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의원의 양심에 따른 표결을 두고 당론과 다르다며 징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당 기강을 위해서라면 이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비민주적 행태였다. 금 전 의원이 곧바로 재심을 청구했지만 당은 징계를 철회하지 않고 뭉갰다.

금 전 의원 탈당의 원인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금 전 의원은 탈당 이유로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또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난다”고 했다. 민주당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지적이다. 실제 조국 사태,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휴가 논란 등을 지켜보며 다수의 시민들이 이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변화를 위한 노력을 접고 탈당을 선택한 데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탈당이 소수의 반대를 포용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를 개선하지 않은 채 시민의 뜻을 받들어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하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금 전 의원이 지적한 편 가르기와 말 뒤집기 행태도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이낙연 대표는 금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아쉽다며 “충고를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 말을 꼭 실천해야 한다. 반대 의견을 용납하지 않고, 특정 세력이 좌지우지하는 정당은 결코 매력적인 정당이 될 수 없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