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치솟는 3고 리스크, ‘민생 비상’ 국정 돌입하라

2023.10.04 19:42 입력 2023.10.04 20:38 수정

한국 경제가 수렁 속으로 더 빠져들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리스크가 다시 불거졌다. 하반기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상저하고’ 기대는 물거품 된 지 오래고, 금융시장까지 흔들리는 비상 국면을 맞았다.

4일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1%(59.38포인트) 급락한 2405.69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은 전 거래일 대비 0.321%포인트 폭등한 4.351%를 기록했다. 환율은 달러당 14.2원 오른 1363.5원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주식·채권·원화가 한꺼번에 급락세를 보인 것은 지난 추석 연휴 동안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탓이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잣대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3일(현지시간) 4.8%를 넘어서며 2007년 8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2%포인트 낮다. 이날 외국인은 주식만 25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실물 경제가 최악인 상황에서 주가 폭락과 환율 폭등의 악순환이 발생하면 한국 경제는 뿌리째 흔들릴 위험이 있다.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나 2009년 금융위기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외환당국이 지난 2분기 환율 방어를 위해 쓴 외화가 60억달러(약 8조원)라고 한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외채 비율 등 대외건전성 지표를 재점검하고, 59조원의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에서 돌려쓰기로 한 20조원도 필요하면 신속히 원위치시켜야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가팔라진 물가 상승세다. 월급만 빼고 모든 것이 오르고 있다. 우윳값과 대중교통 요금이 올랐고, 맥주류 출고 가격도 다음주부터 7%가량 인상된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국제유가 흐름은 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전력 도매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25원가량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환율·물가 오름세를 감안하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당분간 고공행진이 불가피하다.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대책이 시급하다. 올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7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 2분기 자영업 다중채무자(대출 기관·상품이 3개 이상)의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9%(6조4000억원) 더 늘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일본에 뒤처질 게 확실시된다.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직전 분기보다 0.2% 줄었고,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GNI는 0.7% 후퇴했다. 서민과 자영업자는 ‘코로나 시국’보다 더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민생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다.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로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로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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