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특사가 모스크바에 간 까닭은?

2014.11.20 20:48 입력 2014.11.20 21:00 수정
김용현 | 동국대 북한한과 교수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지난 17일부터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다. 최 특사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러시아 측은 푸틴 대통령과 최 특사의 면담 직후 현지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좋은 분위기에서 만남이 이뤄졌다’고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칼럼]최룡해 특사가 모스크바에 간 까닭은?

최 특사의 모스크바 방문으로 북·러관계가 이전보다 한 단계 높은 긴밀한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북·중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상황에서, 북·러 정상회담의 올해 안 개최를 위해 최 특사의 방러를 실현시킨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상황, 특히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유엔 차원에서의 인권 압박을 북·러 공조를 통해 돌파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방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최 특사의 방러에서, 우선 관심사는 올해 안에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느냐다. 김 제1위원장 친서에는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모스크바가 어느 정도 빠른 회신을 줄 수 있느냐,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느냐가 주목거리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외교적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뚫는 역할을 기대할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갈등을 겪으면서 동북아 지역 내 위상 확보와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 북한과의 경협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올해 안에, 건강이 회복되는 시점에 김 제1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핵 문제의 진전 없이, 방러가 가능한가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의 방러는 북·중관계의 개선을 촉구하는 성격, 즉 북·러관계의 긴밀화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시위의 성격이 있다. 김 제1위원장 입장에서는 방중이 조기에 실현되기 어렵다면, 방러를 먼저 하면서 다음 단계로 방중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올해 가장 큰 외교적인 목표인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북·러 정상회담은 시간 문제일 뿐 가능성은 매우 높다.

최 특사의 방러는 외교적인 목적도 크다. 유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이 이뤄진 지금, 북한으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최근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책임자를 제재할 것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물론 이 결의안 통과가 구속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 제1위원장 이미지에 상당히 상처를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인권결의안의 안보리 통과를 저지하는 데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하는 북한의 입장이 최 특사를 통해 전달되었을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을 향해 쏟아지는 인권 문제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러시아가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측면은 경제적인 목적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경제 분야 협력 관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경제 의존도가 중국 일색인 상황에서 북·러 경협 확대를 통해 이런 흐름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북한의 절박감이 최 특사의 방러에 담겨 있다. 특히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협력은 김 제1위원장으로서는 경제 회생과 ‘김정은표 경제 발전’을 위한 절박한 과제다.

최 특사는 다목적 카드를 들고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이 시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최 특사 손에 쥐여줬을 답신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사 외교가 양국 간 간접적인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의 답신은 향후 북·러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 동북아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 답신에 북·러 정상회담 조기 개최가 담겨 있다면, 획기적인 경제협력이 포함된다면,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2차 고위급 접촉이 무산되고 남북관계 개선의 동력이 생기지 않는 지금, 최 특사의 방러에 쏠리는 눈길은 그래서 더욱더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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