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 대한 ‘편견’

2007.07.09 18:04

증권시장이 신기록 행진을 계속하자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이제라도 주식투자에 나서야 하나, 손해보는 기분이 들더라도 모른체하고 있어야하나. 주변에서 ‘지금 들어가도 되겠느냐’고 물으면 "웬만하면 간접(펀드)투자를 하라"고 권한다. 다만 간접투자가 성에 안차 끝내 증시로 달려갈 것 같은 사람에게는 우리 증시의 단면을 볼 수 있는 통계에 근거한 몇가지 팩트를 얘기해 준다. 듣고난 뒤 너무 부정적이라며 ‘편견’에 가깝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편견도 때론 약이 될수 있다. 우리 증시는 투자자보호가 여전히 미흡하고, 그런 시장에서는 투자자 스스로 자신을 보호해야하며, 그럴려면 밝은 쪽 못지않게 어두운 구석도 알아야 한다.

올 상반기중 코스닥기업이 전년보다 71% 많은 2조4천억원어치의 유상증자를 했다. 장이 좋으니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전체 유상증자의 73%는 주주 외에 몇몇 사람을 지정해 신주를 주는 제 3자배정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지난해 유상증자(6조3천억원)의 38.1%가 3자배정으로 이뤄졌다. 폐쇄적인 3자배정증자는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퇴출’ 관대… 법위반 악순환-

상장요건에 미달하는 기업을 상장시켜 많은 자금을 모으려할 때 껍데기만 남은 기존 상장사를 싼 값에 사들여 합병하는 경우가 있다. ‘우회상장’이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최근 2년간 우회상장한 코스닥 기업은 103개다. 전체 코스닥 기업의 10.6%로 10곳중 한곳 꼴이다. 이들 우회상장 기업의 77.8%가 지난해 적자를 냈다. 공개된 통계는 없지만 우회상장 기업 증가와 3자배정 증자비중이 커지는 현상이 연관성을 가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건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고 내세운다. 적발 건수는 줄지만 하지만 건당 규모는 과거와 비교가 안될 만큼 크다. 매우 지능적이어서 적발도 어려워지는 추세다. 최근 적발된 루보의 주가조작 규모는 1500억원, 동원된 계좌는 3,000여개였다. 불공정거래 가운데 특히 적발이 어려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 비중이 꾸준히 커져 5건중 한건 꼴(23.1%)이다. 코스닥시장의 이 비율은 무려 77.1%다.

시장에 불공정거래가 많더라도 좋은 주식을 찾아 투자하면 된다고 한다. 말은 쉽지만 우리나라 만큼 좋은 주식 고르기 어려운 시장도 없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증권사가 낸 8067건의 분석보고서에 등장한 분석대상 종목은 360개로 전체 상장종목의 21.8%에 그쳤다. 78.2%, 즉 10개 가운데 8개 종목은 투자자가 참고할 분석보고서가 아예 없었다는 얘기다. 그나마 보고서를 어디까지 믿어야할 지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주식을 팔아라’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는 전체 보고서의 2%뿐이기 때문이다.

불공정거래 없애고 부실기업을 적극적으로 퇴출시키는 것이 투자자보호의 요체인데 그게 잘 안된다. 관대하기 때문이다. 세계거래소연맹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증시에 93종목이 새로 상장되고, 23개가 상장폐지돼 전체 상장사 대비 비율이 신규상장 5.51%, 퇴출 1.36%였다. 미국 뉴욕증시는 상장 5.61%·폐지 6.58%, 영국 런던증시는 상장 17.69%·폐지 13.14%였다. 200년 역사의 이들 증시보다 우리가 퇴출에 더 관대하거나, 퇴출규정을 피해가는 기업을 못쫓아간다는 증거다.

주가조작·내부자거래 등 증권거래법 위반자의 기소율은 50%를 넘지 않는다. 벌금은 법상 부당이익의 최고 3배까지 물릴 수 있지만 현실은 부당이익의 절반에 그친다. 주가조작 등으로 잡혀도 풀려날 확률이 높고 벌금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얘기다. 2004·2005년서울중앙지검 증권거래법 위반 기소사건에서 확정판결받은 31명의 벌금은 41억원으로 부당이익(71억)의 57%였다. 명백히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15명중 3명만 실형을 선고받았다.

- 투자자 보호조치 더 강화해야-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위험하다’며 쳐다보지도 않는 금융인도 많고, 고객에게는 주식을 사라고 권하면서 스스로는 상품주식을 사지 않는 증권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나무랄 수만도 없다. 얼마전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 통합법’을 몇개 더 만든다해도 시장을 건전하게 만들어 투자자보호를 강화하지 않으면 자본시장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서배원 |논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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