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석유시장 재편과 한국경제 득과 실

2015.01.13 20:51 입력 2015.01.13 21:09 수정
신승관 |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결성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헌장에는 국제원유 가격의 안정이 목표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1970년대 OPEC의 주도로 촉발된 2차례의 오일쇼크가 지구촌 경제와 세계인의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력을 볼 때 이러한 목표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렇듯 지난 50여년간 유가를 무기로 강력한 파워를 행사해온 OPEC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론]국제석유시장 재편과 한국경제 득과 실

최근 유가하락 원인은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에 있지만 OPEC와 라이벌로 부상한 미국 셰일오일업자 간의 패권다툼도 또 다른 원인이다. 4년 전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할 때 미국 석유업자들은 그전까지 불가능의 영역이었던 셰일지층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데 성공하여 지금까지 2만여개의 유정을 개발했다. 이제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생산량보다 겨우 200만배럴 적은 90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등 일부 회원국들이 생산량 감축을 통해 유가상승을 바라고 있지만 OPEC 총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조 없이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 하락을 방조하면서 높은 생산비용의 셰일오일업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의 한계생산비용은 20달러 미만에 불과하지만 미국 셰일오일은 70달러 내외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가가 5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셰일오일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일부 기업의 파산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셰일업계의 장래는 밝다. 시추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낮은 투자비용으로 편리하게 시추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불과 6개월 만에 절반 이상 하락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유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세계경기 회복 지연이나 셰일오일 생산 그리고 환경규제로 촉발된 자연보호주의 등을 고려하면 유가는 상당 기간 100달러선을 다시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유가하락은 세계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기업은 에너지비용이 절감되고 가계는 휘발유 지출비용 감소로 구매력이 높아질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30% 하락할 경우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0.8%p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신흥국도 마찬가지다. 국제투자은행(IB)에 따르면 유가가 10% 하락 시 중국과 인도의 GDP는 각각 0.15%p, 0.1%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하락은 한국경제에도 호재가 될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세계경기 회복으로 수출 증가도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한해 원유수입량이 9억2000만배럴임을 감안하면 유가가 30달러가 떨어지면 원유수입액은 276억달러 감소한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원유 관련 산업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원유와 밀접한 산업인 석유제품, 석유화학, 해양플랜트 등의 수출 비중은 1990년 3.9%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18.4%로 높아졌다. 이들 산업은 유가가 하락할 경우 수익성 악화와 수출 둔화가 예상된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유가 급락으로 일부 국가의 경제상황이 심상찮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이란,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가 재정수지 악화, 자본이탈 가속화 등으로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타격을 받을 것이다. OPEC의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해 국제석유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의 국제유가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유로존의 불안 등으로 불확실성이 혼재한 상황에서 유가의 불안정은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호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가하락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책 마련은 물론 저유가로 유발된 재정적 여유를 미래산업에 투자하는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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