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로 나타난 위험사회의 증후군

2016.07.01 21:03 입력 2016.07.01 21:05 수정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치의 요체는 국태민안,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살기가 평안하게 하는 일이다. 이것은 위정자의 첫 번째 사명이고 책무이다. 민주공화제 국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시론]수치로 나타난 위험사회의 증후군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나라는 어지럽고 국민은 살기가 팍팍해졌다. 짧은 지면에 긴 설명보다 각종 통계로 대신한다. 휘발성이 강한 가계부채가 1997년 말 211조원이던 것이 2015년 말 현재 1200조원, 자영업자 부채를 포함하면 1400조원을 넘는다. 서민의 가계소득이 105만원 늘 때 부채는 203만원씩 늘었다. 국민자살률은 하루 3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 노인빈곤율 1위, 신생아 수는 1년 전보다 7.3% 감소하여 역대 최저수준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 세계 1위, 공기 질은 180개국 중 173위이다.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두 번째로 길고, 수면 시간은 가장 짧다. 임금불평등은 첫 번째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43.6%, 839만명에 이르며 청년층 비정규직은 6년 만에 10%나 증가해 64%가 되었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의 국제노동자권리 조사에서 한국은 3년 연속 최하위인 5등급, 고용불안은 OECD 국가 중 최악, 노동조합 가입률은 9.9%로 29개 국가 중 26번째, 노동자 상하 10%간 임금 격차는 5.6배,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48.7%. 부끄러운 수치는 이어진다.

무기수입(미국산) 세계 최고, 원자력발전소 인구밀도 세계 1위, 국회의원 세비 세계 2위, 교과서 국정화는 북한과 공동 단독, 공직사회 부패지수는 27위로 최하위권, 지구행복지수(HP) 국가별 순위에서 60위, 사법 신뢰도 42개국 중 39위, 프리덤하우스가 조사한 언론자유지수 공동 67위,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ICCPR)가 한국의 시민적, 정치적 전반을 심의한 27개 영역 중 25개 영역에서 ‘우려 및 개선권고’ 판정, 2012년 443조원이던 국가채무가 3년 만에 147조원 늘었고 올 연말까지는 60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30대 그룹 사내유보금이 700조원을 상회, 기업의 법인세율은 GDP 상위 10개국이 평균 30%인데 한국기업은 24% 수준, 정부는 재벌의 법인세는 놔두고 담뱃세 등 서민들의 호주머니만 쥐어짠다. 소득보다 빚이 더 많은 시한폭탄 가계는 안중에 없다.

‘아시아 민주주의 모범국’이던 한국이 인권후진국으로 추락했다. 유엔인권이사회 보고서는 정부의 인권유린을 경고한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역대 최하위인 70위로 떨어졌음을 지적한다. 통진당을 해산하고 국정원이 간첩을 조작하고 경찰이 물대포를 쏴 시위농민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 300명이 넘은 생명을 하나도 구하지 못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처절한 진실규명 요구를 일본과 야합하여 ‘불가역적’이란 대못을 박는다.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재벌의 돈을 받은 어용단체들이 관제데모로 민주주의를 짓밟는다.

안보를 빙자하여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군과 정보기관에 힘을 실어주었으나 한반도는 6·25전쟁 이후 가장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군의 부패는 유례가 없고 정보기관의 방자함은 유신·5공을 닮았다. 현대판 음서제가 진행되고 개인의 노력으로 계층상승이 어렵다는 게 국민 81%의 생각이다.

금수저 흙수저는 현실이 되고 한국은 신계급사회로 굳어진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21세기 인류를 지배할 사회적 주제는 ‘분배’라고 진단했다. 상위 1%가 전체 부의 26%, 10%가 66%를 차지하고 1조원 넘는 국내 주식부자가 23명에 이른다. 88만원 세대는 방황한다. 권력이 재벌을 키워주고 전관과 현관이 유착한다.

프랑스혁명 당시 인구의 0.5%인 성직자들이 농토의 6~10%, 1%의 귀족이 토지의 20~25%를 차지하고 나머지를 농민 85%가 분작했다. 귀족과 성직자들은 세금도 안 내고 각종 부역도 면제받았다. 혁명 발발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다.

‘위험사회’라는 개념으로 유명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지적이 아니라도 한국사회는 지금 지나친 빈부격차, 정의와 공평의 부재, 공권력의 사유화 등 끝이 보이지 않는 총체적인 ‘위험사회’가 되고 있다. 위험은 설마를 기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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