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다큐멘터리 ‘노회찬 6411’

2021.08.16 20:33 입력 2021.08.16 21:00 수정

[여적]다큐멘터리 ‘노회찬 6411’

서울 구로동에서 출발해 강남구 개포동에 이르는 6411번 버스는 고 노회찬 의원 때문에 유명해졌다. 그는 2012년 7월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이 버스 첫차 승객인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호명하며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이라며 “대한민국을 실제로 움직여온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위해 존재할 때, (진보정당은) 일말의 의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설은 깊은 울림을 일으켰다. 이후 6411번은 노회찬 버스로 통했고, 정의당은 약자들이 배제된 한국 민주주의를 바꾸겠다며 ‘6411 정신’을 주창했다.

노 의원은 2010년 6월 서울시장 출마 준비를 하면서 6411번과 만났다. 그는 투명인간으로 대변되는 직업군상의 취재를 기획했고, 그 일환으로 4월13일 새벽 4시 6411번 첫차에 올랐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노 의원은 만원버스에서 내리며 “구경 한번 잘하셨죠”라고 말을 건네는 여성 노동자에게 “차가 한 대 더 와야겠네”라고 미안해한다. 노 의원은 버스에서 내린 뒤 “일하는 것보다 출근하는 게 더 힘들다고 하는 저분들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참으로 가슴이 아려온다. 서울을 떠받들고 있는 많은 분들이 이 새벽에 힘든 출근길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시 경험을 두고두고 언급했으며, 선거 출마 등을 앞두고 결의를 다질 때마다 홀로 이 버스의 첫차를 탔다고 한다.

노 의원 3주기(7월23일)를 맞아, 그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노회찬 6411>이 만들어졌다. 공동제작자인 명필름·시네마6411·노회찬재단은 “용접공에서 진보 정치인이 되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노회찬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6411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했다. 추모제의 일환으로 지난달 전국에서 순회 상영됐으며 오는 9월 극장에서 개봉된다. 정의당이 ‘노동 없는 진보정당’ 비판을 받고, 진보를 표방하는 범여권이 위선과 내로남불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요즘 노회찬의 부재가 더 아쉽다. 우리 사회 수많은 ‘투명인간’들이 자기 색깔을 되찾도록 돕는 것이 진보정당의 역할이라는 노 의원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